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딸 김현경(31)씨가 남편 이상균(38)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소문이 사실무근이라며 24일 검찰에 나가 모발 채취에 응하는 등 마약 검사를 자청했다. 검찰이 정식 고소·고발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겠다는 특정인의 요청을 신속히 받아들여 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 김무성 사위, 마약 15차례 투약했는데도 이례적 ‘집행유예’)
김씨는 지난 17일 서울동부지검에 ‘마약 혐의가 있는지 나를 조사해 달라. 사실이 아니면 의혹을 퍼뜨린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다. 일주일 뒤인 이날 진정서 제출 사실이 알려진 뒤 구체적인 진정 내용 등은 밝히지 않은 채 “검토하고 있다”고만 했던 동부지검은 밤 9시께 갑자기 “오후 4시에 김씨가 출석해 4시간여 동안 디엔에이(DNA)와 모발을 채취하고 관련 사항 조사를 했다. 이에 대한 감정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해 말 이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기석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기존 언론에 보도된 의혹 내용과 진정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조사가 필요하고 판단했다. 김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고 했다.
김씨의 진정은 이씨에 대한 검찰·법원의 ‘봐주기 집행유예’ 의혹이 이는 가운데 이씨 집에서 발견된 ‘투약자 불명’의 주사기, 여기에 김 대표와 알고 지냈다는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씨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진 뒤에 나온 조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10여개의 마약 투약용 일회용 주사기를 확보했다. 이 주사기 중에서 검찰이 기소한 투약자들의 것이 아닌 디엔에이가 발견되면서 ‘추가 공범’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당시 이 디엔에이가 누구의 것인지는 더 이상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키웠다. 김씨의 유전자 검사 자청은 자신과 이 주사기가 무관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일선 경찰서 마약팀장은 “남편 이씨가 마지막으로 마약을 투약한 시점이 지난해 6월이다. 이미 15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모발 검사로 투약 여부를 가리기는 힘들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가 끝난 뒤 ‘진정서 제출에 대해 아는 내용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거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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