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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각장애 지닌 내가 약사는 못되고, 변호사 된건…”

등록 2015-11-02 20:00수정 2015-11-03 10:15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씨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김재왕 변호사, 법원서 강연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이 어떠냐에 따라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애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 김재왕(37)씨의 말에는 삶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법관·법원 공무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장애의 다양성과 장애인 사법지원’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연 김 변호사는 “장애는 손상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사회참여는 환경이 결정
음성형 컴퓨터 제공 안됐다면
약대 편입처럼 포기해야 했을것
장애마다 걸맞은 서비스 필요”

공익변호사로 ‘장애 인권’ 활동
내달까지 전국 법원 돌며 강연

태어나면서부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던 김 변호사는 일반 학교를 다니며 대학원(생물학)까지 진학했지만, 졸업 무렵 다른 한 눈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생물학은 눈이 필요한 학문인데 이제 뭘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그는 약학대 편입을 포기했다. 시야가 좁아져 빨리 읽을 수 없었고, 편입에 필요한 영어 점수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김 변호사는 장애인등록을 했다. 3급을 받았다. 의문이 생겼다. “내가 불편한 정도에 맞게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저의 ‘손상’ 정도에 따라 일률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됐어요.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제가 3급이라는 이유로 신청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처럼요.” 대인기피증과 불면증 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상담을 받으며 재활교육을 받던 그는 2005년부터 4년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문상담원으로 일하게 됐다. 낮에는 상담원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사회복지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변호사가 되면 인권위 경험과 사회복지대학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던 그는 사회경제적 약자 특별전형으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1기로 진학했다.

그러나 법조인으로의 첫발을 내딛기는 쉽지 않았다. 점자를 익힌 지 얼마 되지 않아 법학적성시험 때 제공되는 점자 문제지를 빨리 읽을 수 없었고, 눈이 안 보여 확대 문제지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음성형 컴퓨터를 요청했다. 사법고시에서 전례가 있었던 덕에 받아들여졌다.

김 변호사는 “나는 바뀐 게 없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내가 변호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법학적성시험에서 음성형 컴퓨터가 제공되지 않았으면, 또 약대 편입 때처럼 영어 점수를 자격 요건으로 정했다면 저는 지금 변호사로서 여러분 앞에서 강의할 수 없었겠죠.” 약대 진학을 포기할 때는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환경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사고의 대전환’이 온 것이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변호사 8명과 함께 공익·인권 변호사 모임인 ‘희망을 만드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곤 ‘사고의 대전환’을 실천해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시각장애 학생들의 차별구제 소송에 나서, 지난해부터 시각장애 학생들은 음성으로 문제를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지적장애 아동이 부모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게 한 놀이공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시각 교정을 위한 김 변호사의 강연은 다음달까지 전국 11개 법원에서 잇따라 열린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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