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정 장관은 지난 8월말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 건배사를 외쳐 선거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 장관은 당시 ‘총선 길닦기’라는 비판에 “(총선 출마) 생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날 사실상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두달여 만에 말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이와 함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총선 출마 장관을 대상으로 한 ‘2차 개각’의 폭이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정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거취와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행정자치부 장관 사임 의사를 밝힌다. 장관직을 물러나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뒤를 이어 지난해 7월 취임한 지 약 16개월 만이다. 정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안 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했으나, 여권에서는 정 장관이 고향인 경북 경주 또는 출신 고교(경북고)가 있는 대구에서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 8월 “총선 필승” 건배사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강력한 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사무를 관장하는 주무 장관으로서, 선거 중립을 의심받을 수 있는 행위를 했다”며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일정 부분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탄핵소추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건배사 사과 당시엔 ‘총선 출마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다가 이제 와선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니 어이가 없다”며 “당시 언론 기사는 모두 총선 불출마 선언이었다. 그때는 모른 척하다가 슬그머니 출마 의사를 내비치는 것을 보면 거짓말, 말 바꾸기가 일상다반사가 되다시피 한 박근혜 정권의 장관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이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출마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교체에 이은 ‘2차 개각’의 폭과 속도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청와대 쪽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열흘 동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를 위한 해외 순방에 나서는 만큼, 그 이전에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부분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윤상직 장관의 출마 역시 공식화할 경우, 개각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당 복귀가 예정됐던 황우여·김희정 장관과 달리, 정종섭·윤상직 장관의 경우는 후임자 물색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연말까지 순차 개각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혜정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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