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농민 백남기씨를 중태에 빠트린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진압 상황에 대해 보고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7일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 20여명의 원내지도부를 향해 강신명 경찰청장이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지난 14일 서울 광장 주변에서 진행된 민중총궐기대회를 ‘폭도들에 의한 불법·폭력 시위’로 규정한 새누리당이 경찰의 보고를 받겠다며 강 청장을 당 회의에 부른 것이다. 경찰 수장이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아닌 여당 단독회의에 참석해 민감한 현안을 보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강 청장은 “대규모 불법·폭력시위로 경찰관 113명이 부상당하고 경찰 차량 50대가 파손됐다. 배후단체 등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진 농민 백남기(68)씨에 대해서는 “집회시위 과정에서 중상을 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서도 엄정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경찰이 다치고 경찰버스가 부서진 것은 “불법”과 “폭력”, 물대포로 시민을 중태에 빠뜨린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은 “논란”으로 표현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경찰 보고서류의 공개 여부를 묻자, 강 청장은 “수사 관련이라 비공개로 했으면 한다”고 했다. 수사 관련 내용은 여당에도 ‘보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강 청장은 또 “드론을 활용한 채증”을 묻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야당에서 규제를 많이 하고 논란이 있어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강 청장은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있을 당시 “채증용 무인비행체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지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대구에서 고교를 나온 강 청장은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 출마설 또는 입각설이 끊이지 않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