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눈 온날 14.9일로 역대 최다…7·8월보다 잦아
올 11월 서울지역 강수량 104.6㎜로 역대 3위
올 11월 서울지역 강수량 104.6㎜로 역대 3위
초가을엔 가뭄으로 애를 태우더니, 늦가을엔 때아닌 비가 연달아 내리고 있습니다.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겨울 내내 눈과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듯 12월도 둘째 날부터 비가 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을까요? 팩트 점검을 해보겠습니다.
2일 기상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 11월 한국에 비나 눈이 온 날은 관측소 평균 14.9일을 나타냈습니다. ‘전국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자주 비가 내린 11월입니다. 기록을 서울 지역에 국한하면, 한 달 동안 14일에 걸쳐 104.6㎜의 비가 내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날짜 수만 봤을 땐 전국 평균과 서울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네요. 그래서 서울 유인관측소 기록 기준으로 지난 43년 동안의 11월 강수 기록을 살펴보고, 올해와 견주어봤습니다.
■11월 서울 강수일수 기록 ‘1985년 18일’
지난 43년 동안 11월 서울의 평균 비나 눈이 온 날은 8.95일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전통적 우기인 7월(13일)과 8월(10일)보다 11월(14일) 비 소식이 잦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해보다 더 비가 자주 내렸던 11월도 있습니다. 1985년 11월에는 무려 18일 동안 비가 내렸고, 1977년 11월에도 정확히 ‘하루 걸러 한 번꼴’로 비가 내렸습니다. 올 11월 강수일수는 역대 3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다른 계절에 견주어 강수량이 적어 비가 오는 날짜가 많아도 대체로 건조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열흘 동안 8㎜의 비가 나눠서 온 2004년 11월 같은 예도 있고, 1985년과 1977년도 비나 눈이 온 날에 견줘 월강수량이 적은 편입니다.
■11월 서울 월강수량 기록 ‘1982년 164.8㎜’
물론 계절을 잊은 듯 많은 비가 내린 11월도 있습니다. 올해처럼 ‘슈퍼 엘니뇨’가 한국을 찾은 1982년 11월에는 많은 비가 왔습니다. 한 달 새 164.8㎜의 비가 내렸고, 특히 29일에는 하루 만에 60.3㎜에 달하는, 장마성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989년 11월에도 154.5㎜에 달하는 많은 비가 왔습니다. 다만, 월초부터 월말까지 비가 많았던 1982년과 달리 월초인 4일과 5일 이틀 사이에 108.7㎜의 폭우가 몰아서 내린 뒤 평년 11월과 비슷한 날씨로 돌아갔습니다.
올 11월에는 1982년, 1989년처럼 딱히 큰 비가 내린 날도 없는데 월강수량 104.6㎜를 기록했습니다. 이 또한 역대 3위입니다.
글 그래픽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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