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항쟁 때 적용했던 죄목
1500여명 대대적 수사 강경대응
전국 16개 지방청에 수사본부도
민주노총 “유례없는 공안탄압”
1500여명 대대적 수사 강경대응
전국 16개 지방청에 수사본부도
민주노총 “유례없는 공안탄압”
경찰이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민주노총 등이 폭력시위를 ‘기획’했다고 보고 지도부에 대한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3차례 집회 금지통고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5일 ‘범국민대회’가 평화롭게 끝난 다음날, 경찰이 폭동을 전제로 한 소요죄 카드까지 꺼내들고 대대적 수사를 예고하면서 경찰의 ‘과잉수사’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커졌다. 민주노총은 “유례없는 공안탄압 시도”라고 반발했다.
경찰청은 6일 보도자료에서 “일각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대표들을 소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소요죄에 대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5·18 항쟁이나 1986년 인천 5·3 항쟁 당시 적용됐던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를 대상으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의 소요죄 검토는 “민주노총 등 몇몇 단체가 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사전에 불법 폭력시위로 기획했고, 시위 당일 역할과 자금 조달 방법을 분담했던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 등 17곳에 대해 실시한 3차례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위원장 당선 이후 ‘서울 도심 마비’ 등을 주장하며 불법 폭력시위를 준비했고, 일부 단체에는 쇠파이프와 밧줄을 준비해 차벽을 뚫고 ‘청와대 진격’을 지시하는 등 폭력행위를 교사한 정황·증거 등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1차 대회와 관련해 이날까지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사람은 모두 1531명이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된 585명에 대해서는 사법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946명에 대해선 정확한 인적사항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격 폭력시위 기획부터 사후 증거인멸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진상은 물론 배후세력까지 완벽하게 밝히겠다”며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전국 16개 지방경찰청마다 수사본부를 두고 1239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인력으로나 수사 대상으로나 단일 집회와 관련해선 전례 없는 규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쇠파이프를 조직적으로 준비한 적도 없고, 개연성 있는 정보도 없이 (수사 대상자) 수를 부풀려 무슨 대규모 폭동이라도 준비한 것 같은 이미지를 꾸며낸 것”이라며 “경찰의 꿰맞추기가 역력하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도 “기본권 행사인 집회·시위를 하다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과 폭동을 전제로 한 소요죄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며 “집회를 범죄행위로 전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헌법에 반할 뿐 아니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조계사에 피신한 한 위원장이 도주해 16일로 예정된 총파업 투쟁 등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체포 작전 등을 물밑으로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 안에서는 한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출두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투항하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사 신도회는 6일을 거취 결정 시한으로 통고한 바 있어, 민주노총 내부에선 한 위원장이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7일까지는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속전속결로 진행 중인 집회 수사에 비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에 대한 과잉진압 여부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다. 백씨의 가족 등은 지난달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 7명을 살인미수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본격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규남 정환봉 전종휘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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