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경찰서 “11월14일 민중총궐기 일반교통방해 혐의”
“채증 사진 있다지만, 마스크로 얼굴 가렸는데 어떻게…”
고은산씨 “심리적 압박 노리고 대학생들 무리하게 연행”
“채증 사진 있다지만, 마스크로 얼굴 가렸는데 어떻게…”
고은산씨 “심리적 압박 노리고 대학생들 무리하게 연행”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구급차에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의사단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썼던 의대생 고은산씨가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대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위축시키려는 조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고씨의 휴대전화에는 낯선 번호가 찍혔다. 수업 중 두 차례나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던 그는 직접 전화를 걸었다. 발신자는 원주경찰서였다.
10일 고씨의 말을 종합해보면, 원주경찰서 수사과 박아무개 수사관은 통화에서 “고은산씨가 맞느냐? 11월14일 민중궐기 집회에 참여하신 것 때문에 전화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고는 “집회에 참석했느냐”고 물었다. 고씨가 “대답을 안 하고 싶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냐?”고 되물었다.
박 수사관은 “집회 현장에서 채증 사진이 찍혀서 얼굴 판독이 됐다. 현재 고은산씨로 확인돼 출석하면 다시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채증 사진이 본인이 아니면 참고인이 될 수도 있다”며 “공식적으로는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경찰에 출석 요구서를 요청했다. 박 수사관은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면, 출석일자를 (경찰이) 임의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아한 점은 또 있었다. 고씨는 “집회 참여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가려졌는데, 어떻게 얼굴 판독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14일 집회 참여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안경을 잃어버려서 인도로 빠져나와 있었다”고 했다.
원용구 원주경찰서 수사과장은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씨가 일반교통방해 혐의가 있어 출석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 현장에서 채증이 됐고, 수사 과정 중에 페이스북과 대자보 관련 보도 내용 등으로 집회 참석 여부가 확인돼 관련 자료가 원주경찰서로 넘어왔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내사자 신분으로 출석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박아무개 수사관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출장을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찰이 알바노조 회원들과 대학생들을 무리하게 연행하거나 잇달아 출석 요구서를 보내 수사하는 것 같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대학생들에게 벌금을 물리거나 출석 요구서를 보내 심리적으로 압박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원주시민연대 관계자와 함께 다음주 중 경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앞서 고씨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대전협/의대협을 비롯한 모든 의사 선배님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고씨는 글에서 “집회현장은 항상 의료의 사각지대였다”며 “(14일 민중 총궐기에서)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 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의 윤리와 양심과 긍지와 역사가 짓밟힌 사건이 일어났는데, 의사 단체들은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 자료 하나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참모습입니까”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의사단체, ‘구급차 물대포’ 왜 침묵하나” 의대생 대자보 화제)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회시위감시단 최석봉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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