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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상균 절망 품고 조계사 들어와…마지막 나흘밤 꼬박 새워 이야기”

등록 2015-12-10 19:26수정 2015-12-10 23:24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인터뷰

그는 뜨거운 불덩어리
때로는 큰 소리 지르며 다투기도
편 갈라 싸우기보다 대화 강조
화쟁 정신으로 경찰과 충돌 막아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그는 뜨거운 불덩어리였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출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66·사진)은 그를 ‘불덩어리’라고 표현했다. “어느 날 갑자기 조계사에 불덩어리가 떨어졌어요. 너무나 뜨거워 다루기 힘들었어요. 그 불덩어리는 안에 들어와 식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불을 불러왔어요.”

도법 스님은, 그 불덩어리는 우리 사회의 불신과 분노, 통탄과 절망을 품고 이리저리 충돌하다 조계사로 왔고, 그 불덩어리를 식혀야 하는 것을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특히 마지막 나흘 밤을 꼬박 함께 새웠다.

도법 스님은 “때로는 한 위원장과 큰 소리를 지르며 다투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 위원장 문제를 잘 풀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세상은 함께 살도록 돼 있고, 함께 살아가려면 편 갈라 싸우는 승부가 아니라 만나서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눠야 한다는 두 가지의 진실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이런 정신은 민주노총의 강경한 시위를 (지난 5일 2차 민중총궐기를) 평화적 시위로 바꾸는 역할을 했어요. 화쟁위원회도 합법적 집회, 평화적 대회, 사회적 대화를 계속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한 위원장을 설득했어요.”

지난 8일 경찰이 최후통첩을 하자 도법 스님은 큰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최후의 시간은 남아 있고, 해법을 새롭게 풀어보기로 하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을 그만둘 수 있도록 스스로 정리할 방안을 모색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했어요.”

도법 스님은 불교의 화쟁 정신이 이번 조계사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었다며, 자승 총무원장의 전날 기자회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화쟁 정신을 경찰도 존중했어요. 민주노총도 평화적 시위를 하며 분위기를 조성해 갔어요.” 그는 우리 사회를 기본 규칙은 있으나 심판 없이 선수(정부, 국회, 노동계)가 규칙을 무시하며 경기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며, 제도권 종교가 이번에 그런 심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도법 스님은 1988년 봉은사 폭력사태, 1998년 조계사 폭력사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기자회견, 2012년 제주해군기지 반대, 2014년 이석기 무죄석방 탄원과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를 나가기 전 자승 총무원장과 면담을 하며 교도소에서 108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불교가 앞으로 노동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고, 자승 총무원장은 비정규직 문제 등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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