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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 온 ‘쿠르디’들, 구금·방치에 시름

등록 2015-12-15 15:33

2011년 3월 중국동포인 5살배기 메이(가명)는 어머니 이아무개(37)씨와 함께 한국에 입국한 직후 23일 동안 충북 청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이씨는 중국에서 탈북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공안으로부터 쫓겨다녔다. 그러다 탈북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밀항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탈북자들은 하나원으로 보내졌지만, 메이 모녀는 중국국적이라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졌다. 이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외국인보호소 공무원들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면 남편처럼 공안에 체포된다고 호소했지만, 난민신청과 관련한 아무 안내도 못받고 메이와 함께 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채로 강제 출국될 날만을 두려움 속에서 기다렸다. 이씨의 불안은 딸인 메이에게 고스란히 전가돼 메이는 구금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과 고열에 시달리면서 잇몸과 입술이 퉁퉁 붓는 등 고통을 호소했다.

2012년 소말리아에서 내전으로 아버지는 사망하고, 어머니는 실종된 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이삭(15·가명)은 홀로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왔다. 이삭은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서 한 달 동안 삼시 세끼 햄버거와 콜라만 먹으며 본국 송환에 대한 공포 속에서 구금생할을 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이 개입해 인신보호법상 구제청구를 해 이삭은 입국할 수 있었다. 이삭은 그해 10월 난민신청을 했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만했다. 또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여서 난민지위 불인정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하거나, 학교에 입학을 하려 해도 법적으로 대리할 후견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삭에게 한국 정부의 지원은 없었고, 되레 소말리아에서 왔다는 이유로 해적 취급을 받는 등 인종차별적 대우도 받았다. 결국, 2014년 초 이삭은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이 커 차라리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며 자진해서 출국했다.

지난 9월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3)가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그를 추모했다. 하지만 한국을 찾아 온 수많은 ‘아일란 쿠르디’들은 구금되거나, 입국이 허가돼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 것이 현실이다.

15일 ‘어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전국 외국인보호소(실) 이주아동구금 실태’ 자료를 보면, 2013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 전국 외국인보호소(실)에 구금됐거나 현재 구금중인 18살 이하 아동들의 수가 98명이었다. 이 중 미취학 아동인 8살 미만은 26명으로 전체 구금된 아동들의 26.5%였다. 이 26명 가운데 2살 여자 아이가 81일, 3살 남자 아이가 30일 동안 구금된 경우도 있었다.

오는 17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구금이 아닌 진정한 보호로 답하다’ 토론회(이자스민·서기호 의원, 월드비전·공익법센터 ‘어필’ 주최)에 참석하는 국제구금연대(IDC) 그랜트 미첼 대표는 “구금 아동은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에 처해 있고 빈번하게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단기 구금도 아동의 심리적·신체적 안정을 저해시키고 인지 발달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아동은 이주 자격과 관계 없이 구금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금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출입국관리법상 아동의 구금에 대해 ‘최소 기간, 최후의 수단’이 아닌 ‘원칙적 구금, 예외적 구금 해제’ 관행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주 아동을 감옥에 가두듯 구금을 하면 안 된다”며 “나아가 구금을 안 하더라도 이삭의 사례에서 보듯이 난민신청을 도와주고, 후견인과 사례관리사 지원을 통해 학교·숙소 등을 마련해 주는 등의 적절한 보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같은 노력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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