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른바 ‘릴레이 1인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참가자들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과도한 집회 옥죄기”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6일과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여럿이 모이는 집회를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아무개(50)씨 등 9명에게 출석을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 등이 지난달 26일 ‘정몽구 구속’ 등의 손팻말을 들고, 28일에는 ‘노동개악 쉬운 해고 반대’ 등을 주장하며 여러 명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1인 시위를 벌였는데, 이는 1인 시위를 빙자해 불법집회를 열었다”며 수사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운동본부)라는 같은 단체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사람들이 노동법 개정 반대라는 같은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듬성듬성 떨어져 ‘피케팅’을 하는 것은 1인 시위가 아니라 집회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집시법 11조에서 정한 ‘국회의사당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인권·노동·청년 등 36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운동본부는 경찰이 1인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평화적인 1인 시위에 재갈을 물리려는 수사”라며 반발했다. 이날 성명을 통해 운동본부는 “26일 오후 10여명의 시민들이 국회 정문 앞 인도에 20~30m 간격으로 서서 ‘노동악법으로 정부가 만들려는 노예시대를 거부한다’ ‘당사자 97%가 반대한 박근혜 노동법, 국회가 누구 맘대로 악법을 만드냐?’ ‘대학 4년동안 고생했더니 평생 비정규직?’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나 깃발 등을 들고 20여분 동안 1인 시위를 했고, 28일에는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노동법을 강행처리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경찰버스 30여대로 차벽이 설치된 국회 정문 앞 횡단보도 등에서 시민들이 30m 간격으로 떨어져 1인 시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구호 하나 외치지 않고 평화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1인 시위를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고도 덧붙였다.
현행 집시법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1인 시위 사이의 최소 간격 등을 따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법원이 지난 2014년 삼성 에스디아이(SDI) 울산공장 앞에서 근로자들이 10∼30m 간격을 두고 벌인 릴레이 1인 시위를 주도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사례는 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정책팀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번 국회앞 릴레이 1인 시위가 집회에 해당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며 “설령 집회라고 해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해를 끼칠 위험이 없이 평화적인 피케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경찰이 불법혐의로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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