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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양이에 생선’…고객 돈으로 주가조작 펀드매니저 등 9명 구속

등록 2016-01-06 16:08수정 2016-01-06 16:58

지난 2012년 초 ㄱ투자자문회사 펀드매니저였던 서아무개(36)씨는 터치스크린 개발업체인 ㄴ사 주가조작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박아무개(38)씨가 2억7000만원을 건네며 ‘작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ㄷ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최아무개(38)씨와 공모하기로 했다. 서씨는 최씨에게 ㄷ자산운용 펀드계좌로 ㄴ사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자신의 회사를 믿고 돈을 맡긴 고객들의 펀드계좌로 ㄴ사 주식 19억여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조작에 나섰다. 서씨는 박씨한테서 받은 2억7000만원을 5만원권 현금으로 최씨의 집으로 가져가 최씨의 책상서랍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작전 대가를 치렀다. 이 시세조종으로 ㄷ자산운용은 6억원의 손실을 봤다.

‘시세조종 프리랜서’ 격으로 활동하던 서씨는 또 같은 해 4월 ㄹ사 재무담당 이사로부터 자신의 회사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요청을 받았다. 서씨는 작전 대가로 13억원을 챙겼다. 이번에는 서씨도 직접 나섰다. 자신이 소속된 ㄱ투자자문회사에 고객들이 맡긴 돈 60억원으로 ㄹ사 주식을 매수했다. 또 평소 알고 지내던 펀드매니저 5명에게 모두 5억2000만원을 건네며 시세조종에 끌어들였다. 서씨는 5만권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공원이나 카페, 도로 등 공개된 장소에서 대담하게 이들에게 돈을 건냈다.

이들의 작전을 통해 ㄴ사 주가는 5개월에 걸쳐 26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랐다. ㄹ사 주가는 3개월여 만에 1만200원에서 1만3700원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계좌에 고객들이 맡긴 돈 232억원이 동원됐고, 이 중 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고객들의 돈이 이들의 불법행위로 속절없이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씨 등은 시세조종으로 수천만원~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이 돈으로 수천만원대 명품시계를 사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하지만 작전 세력의 ‘일장춘몽’은 3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7월 불법행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선 검찰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소속 주식 펀드매니저들의 시세조종 사건을 수사한 결과, 시세를 조종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건넨 혐의(자본시장법 위반·특경가법의 알선수재와 배임증재) 등으로 서씨와 최씨 등 9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박씨(별건으로 구속 수감 중)를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펀드매니저들이 뒷돈을 받고 고객의 돈으로 주가조작에 나선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이런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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