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으로 사용될 ‘정선 알파인 경기장 개장행사’가 22일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경기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2011년 7월, 2014년 9월 그리고 개장행사가 열린 이날 오전 가리왕산의 모습. 정선/김정효 김태형 김명진 기자 hyopd@hani.co.kr
2018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 개장행사가 열린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가리왕산 중봉 아랫마을을 찾았다. 지난 2011년 2월 올림픽 개최지 후보지 평창을 방문했던 실사단의 알파인 경기장 후보지 실사를 취재하며 찾은 이후 5년만이었다. 이날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강원도 관계자들은 정선알파인 경기장의 국제 공인을 축하하고, 그동안 애쓴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하지만 이날 개인적으로 가리왕산이 어떻게 변해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공사 시작 이후 토막난 나무 둥치와 바리깡으로 민 듯한 산골짜기를 한 가리왕산의 풍경을 동료 기자들의 사진으로 여러번 봐왔기 때문이다.
슬로프를 만들기 위한 벌목에서 살아남은 주목 한 그루가 안전 펜스 옆에 위태로이 홀로 서 있다. 정선/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다시 찾은 가리왕산에선 사진에서 보던 그런 어수선한 풍경은 볼 수 없었다. 하봉에서 이어지는 골짜기를 따라 국제 공인을 받은 슬로프가 정상에서부터 굵은 흰선을 복잡하게 그리며,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양호 위원장은 경기장을 평가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수들에게는 쉽지 않은 코스지만, 관객들에게는 재미있는 코스가 될 거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경기장으로 사용될 ‘정선 알파인 경기장 개장행사’가 22일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경기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 전경.정선/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곤돌라가 난 길 옆으로 벌목에서 살아남은 주목나무들이 서 있다. 정선/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알파인 경기 출발점인 가리왕산 하봉 정상 인근의 죽은 주목에 흰색과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정선/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하지만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본 가리왕산 정상에서 느낀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곤돌라가 서서히 정상에 다다르자, 주목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모르는 눈에 봐도 경기장이 건설되기 전 가리왕산 정상 주변에는 주목이 군락을 이뤘을 듯 했다. 이젠 슬로프를 낸 길과 곤돌라가 지나간 길 옆으로 드문드문 몇 그루가 보일 뿐이었다. 주목은 우리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원 종자를 제공한 구상나무와 비슷한 나무다. 벌목이 아니더라도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화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처지의 나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물푸레나무와 물박달나무 등 이 슬로프와 곤돌라에 길을 내주고 사라졌다.
가리왕산 하봉 정상 경기 출발지점에서 신동빈 대한스키협회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양호 조직위원장 등 대회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선/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기전문인력들이 경기장 개장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정선/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날 프랑스에서 온 외신기자가 기자회견 말미에 어느 내신기자도 질문하지 않았고, 어떤 조직위나 관계자도 먼저 얘기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 ‘정선 경기장 건설과정에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왜 많았는지, 올림픽 이후 가리왕산 복원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행사에 참석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왜 지난 이야기를 다시 묻느냐는 듯 “경기는 해야되는데, 지을데가 없지 않느냐”라고, 배진환 강원도 행정부지사는 “도에서 복원을 위한 팀을 꾸렸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제 가리왕산에 경기장은 완성됐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던 주목과 물들메나무, 올벗나무, 왕사스레나무는 돌아오지 않을 듯 하다.
정선/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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