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자동출입문 등 설치로 대체
대표회의가 계속 밀어붙여
주민투표 두차례 모두 부결
선관위가 주관 안한 세번째
과반수 넘겼지만 90명 “철회”
대표회의가 계속 밀어붙여
주민투표 두차례 모두 부결
선관위가 주관 안한 세번째
과반수 넘겼지만 90명 “철회”
아파트 경비원 44명 전원을 해고하고 자동출입문과 인터폰을 설치하는 등의 통합전자보안시스템 설치를 강행하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대표회의)의 움직임에 아파트 입주민들이 제동을 거는 소송을 제기했다.
150여가구로 이뤄진 서울 강서구 ‘ㄷ아파트 주민모임’은 지난 15일 “대표회의의 통합보안시스템 설치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입주자대표회의와 회장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660가구 3000여명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 경비실 22곳에는 평균 근속연수 10년 이상 된 경비원 4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경비 업무 외에도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관리, 아파트 주변 청소, 화단 정리, 눈비 올때 미끄럼방지 깔판 설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대표회의는 2015년부터 경비원들에 대한 최저임금 100% 적용으로 경비원들의 임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자 경비원들을 구조조정하고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논의했다. 도입안은 2014년 5월과 2015년 3월 두 차례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모두 부결됐다. 그러자 대표회의는 지난해 8월 도입안을 2016년 장기수선계획에 포함시키는 ‘우회로’를 택했고, 지난달 세번째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대표회의는 “나이 든 경비원들은 아파트 보안에 도움이 되지 않고 경비원이 많아 입주민들이 큰 비용을 내고 있으니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구축해 아파트 품격과 가치를 향상시키자”는 홍보물을 아파트 곳곳에 붙였다. 이 투표에서 주민 과반수가 통합보안시스템 설치에 동의했지만, 이후 90명이 동의를 철회했고 규정에 의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지 않는 등 투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소송을 제기한 김승현(32) ‘ㄷ아파트 주민모임’ 대표는 “10년 넘게 이웃처럼 살아왔고 평균 연령이 70살이라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비원들을 하루아침에 모두 해고하는 것은 공동체 정신에 맞지 않고, 7~8년 뒤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23년 된 아파트에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도 맞지 않아 두번이나 주민들이 투표에서 부결시킨 것”이라며 “주민 의사를 거스르고 절차적 하자까지 무릅쓰는 대표회의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김인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매년 경비원 최저임금이 올라 입주민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는 민원이 통반장들로부터 제기돼왔다”며 “지난해 투표 이후 1년이 경과해 입주민들이 많이 바뀌어서 지난달 다시 동의 절차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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