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수 사장.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평양 태생 냄비회사 기업가 박창수
공단 입주에서 전쟁같은 오늘까지
공단 입주에서 전쟁같은 오늘까지
박창수(70) 사장이 피곤한지 지난 17일 오후 인천 공장 사무실에 앉아 두 손을 얼굴에 댔다. 2013년 5월 한 차례 개성공단 폐쇄 때 얼굴마비가 왔었다. 1946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1978년 스테인리스 냄비 제조 회사를 세웠다. 같은 업종의 회사들이 싼 임금을 좇아 중국과 동남아로 달아날 때 재창업한 ‘창신금속’ 사장으로 2010년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노동자 1인당 월 인건비는 220달러. 박 사장은 품질 때문에 남측 상주 직원과 신경전을 벌이던 북측 노동자에게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며 설득했다. 직원이 145명으로 불어난 개성공단 공장에서 만든 냄비는 ‘메이드 인 코리아’ 마크를 달고서 일본과 중동으로 팔려갔다. 지난 11일 개성공단 폐쇄 뒤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매일 전쟁 같은 나날이다. 싼 인건비, 숙련 노동자 없이 어떻게 원가를 맞추나? 하긴, 먹고사는 게 전쟁이다. 북에 두고 온 공장과 노동자들 생각에 눈물 짓는 사장, 월급 외에 노동자에게 주는 생필품 지급을 놓고 실랑이하는 중소기업인,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절대 줄일 수 없다는 걸 아는 자본가, 북한 2·3차 산업이 발전하길 바라는 평양이 고향인 남자, 언젠가 개성공단 설비를 북에 남겨놓고 나와서도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생산하길 바랐던 개성공단 기업인. 모두 박 사장이다. 모순 가운데 드러난 진심은 모순 없는 진실보다 현실에 가깝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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