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무처장 안진걸씨에
경찰, 4차례 출석 불응하자 조처
인근 경찰서도 소재 조사 가능
차량검문에다 집방문·가족에 전화도
“사생활 침해…경찰 실적올리기 타깃”
경찰, 4차례 출석 불응하자 조처
인근 경찰서도 소재 조사 가능
차량검문에다 집방문·가족에 전화도
“사생활 침해…경찰 실적올리기 타깃”
“남편이 안진걸씨 맞습니까. 지명수배중이라 전화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함아무개씨는 지난달 18일 아무런 연고가 없는 경기 남양주경찰서 정아무개 순경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며 집에 들어오고 있는 사람이 지명수배자라니 이게 웬말인가’ 싶었다. 아내의 연락을 받고 정 순경과 통화한 뒤에야 안씨는 지난해 12월11일 서울 강동경찰서가 자신에 대해 지명수배가 아닌 ‘지명통보’ 조처를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명통보는 ‘소재를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해 경찰이 내리는 조처다. 지명통보된 사람에 대해선 사건 담당 경찰서뿐 아니라 인근 경찰서에서도 소재 파악에 나설 수 있고, 그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관은 실적을 올리게 된다. 연고도 없는 남양주경찰서의 정 순경이 안씨 가족에게 전화를 한 건 순전히 이 때문이었다. 정 순경은 당시 통화에서 “실적에도 반영이 되니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확약서를 나에게 써달라”고 안씨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안씨는 국내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다. 매주 한 번 라디오 방송에 고정출연중이며, 어디에 가서 무슨 발언을 했는지 거의 매일 뉴스에 나오는 ‘노출된’ 사람이다. 안씨의 주소와 직장, 휴대전화 번호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경찰이 지명통보를 한 이유는 뭘까? 강동서 쪽에선 지난해 4~5월 네차례에 걸쳐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하며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안씨가 4차례나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이런 조처를 내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동서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명통보의 목적은 단순히 소재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월12일 경찰에 출석하겠다고 안씨가 약속한 이후에도 지명통보 상태는 계속됐다.실제로 경찰은 지난 16일 서울 충무로에서 지명통보된 차량이라며 귀가중인 그의 차량을 검문하고, 18일에는 또다시 경찰 출석여부를 묻는 전화를 한데 이어 이틀 뒤엔 오전 7시에 그의 집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안씨는 “단순히 집회에 참가한 것 때문에 아내까지 괴롭힐 수가 있느냐”며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나에게도 이렇게 대하는데 일반 시위참가자들한테는 경찰이 오죽하겠냐”고 반발했다. 그는 또 “경찰 출석요구에 불응한 게 아니라 출석요구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인데 경찰이 너무 쉽게 출석불응으로 간주하고 지명통보를 했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광철 변호사는“지명통보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실적을 올리려는 경찰관들의 타깃이 되게 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처”라며 “지명통보의 근거가 되는 소재불명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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