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앞 시민필리버스터도 종결
250여명 188시간 동안 응원발언
밤늦게 의원들과 다 못한 문답 나눠
250여명 188시간 동안 응원발언
밤늦게 의원들과 다 못한 문답 나눠
“우리는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할 말이 많습니다.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돼 온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시민 필리버스터)도 2일 오후 4시 막을 내렸다. 국회 안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응원하고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188시간 동안 이어온 250여명 시민들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법이 통과될지라도 시민의 자유를 위한 행진을 멈출 수 없다”는 이들은 국회의원들과 채 끝맺지 못한 질문과 우려를 밤까지 나눴다.
참여연대와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시민필리버스터를 마치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시민의 자유에 관한 만민공동회 와글부글 우리의 입은 막을 수 없다’(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시민 100여명과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야당 의원들이 참여한 이 자리에선 ‘결국은 진 싸움’에 대한 회한과 사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오갔다.
이 자리에 나온 시민 신창조(35)씨는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야당의원을 보며 희망을 봤는데, 이번 중단에 의원님들 정말 동의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은수미 의원은 이에 “죄송하다. 실망해서 당에 지지를 거두셔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저나 제 당은 졌지만 국민 여러분이 진 것이 아니라는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다. 여러분의 경주마인 우리는 다시 달릴 것이고, 누군가 넘어지면 바톤을 넘겨 다시 달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주자로 필리버스터를 마친 뒤 만민공동회를 찾은 이종걸 원내대표는 “잘못한 점은 계속 마음에 담고 사과드리겠다. 그동안 함께 필리버스터를 해주신 시민들이 큰 힘이 됐다. 국회 필리버스터는 종료됐지만 시민분들이 앞서 주시면 뒤에서 저희도 따르겠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너무 좌절하지말자.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믿고 서로 손을 잡아주자”면서 “이번 직권상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따지는 것을 비롯해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볼 계획이다. 여기 모인 시민들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계속 싸워보자”고 독려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활동가를 비롯해 추미애·최민희 의원 등은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조항별로 다시 한번 지적하고, 테러방지법 시행령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입법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시민들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제정 과정의 문제점까지를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총선을 통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이슈화하고 이를 주도한 이들을 심판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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