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판사.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소설 쓰는 판사 문유석이
법과 현실의 벽을 말하다
법과 현실의 벽을 말하다
연재가 끝났다. 10개월에 걸쳐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된 ‘미스 함무라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본격 법정소설이다. 소설의 주 무대인 법정에선 우리 사회의 온갖 갈등과 모순이 응축돼 폭발했다. 열혈파에 정의감 넘치는 젊은 초임 판사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갈등하고 좌절하고 고뇌했다. 박차오름 판사의 좌충우돌을 옆에서 지켜보던 소설 속 임바른 판사는, 달리 어찌 해볼 수 없는 사회의 약자들에게 “안온한 중산층의 도덕을 강요하는” 법의 구실을 두고 고심하고 “자유의지를 전제로 인간에게 책임을 묻는 판사의 일이란 실은 다 허깨비짓 아니냐”며 고뇌한다. ‘미스 함무라비’는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 박차오름 판사의 별명이다. 박 판사는 대학 시절 배낭여행으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찾았다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법전이 새겨진 비석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 함무라비법은 단순한 ‘동형복수법’이 아니다. 당시의 맥락으로, 귀족이나 힘있는 사람들의 복수를 제한한 법이었다. 소설 속 박 판사의 모습은 소설의 작자인 현실 속 문유석 판사의 모습에도 담겨 있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거리에서 ‘소설 쓰는 판사’ 문유석 동부지법 부장판사를 만났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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