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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앤장 ‘유해성 변론’

등록 2016-05-11 00:42수정 2016-05-12 14:20

생식독성 실험 발표 참석하고도
“결과 보고서 못 받았다” 모르쇠
정작 나중엔 구체적 원자료 요구
옥시에 유리한 내용 짜깁기 넘어
보고서 주문생산 외국업체 소개
김앤장이 지난해 말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구속) 연구팀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 중 옥시에 불리한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앤장은 옥시 제품의 독성이 확인된 실험 결과 발표 자리에 참석해 유해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앤장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들을 보면,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나타난 폐섬유화(폐 조직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는 현상)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황사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그 주요한 근거로 조 교수의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를 제시했다. 김앤장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반복 흡입독성 시험 기간 동안 사망한 동물은 없었으며, 어떠한 임상 증상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각주를 달아 “폐장을 제외한 신장, 간장 및 심장과 같은 다른 장기의 영향이 의심되어진다는 언급은 있으나, 이러한 변화는 폐질환과는 관계가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의견서에는 “임신한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죽었다”는 생식독성실험 결과는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서울대 연구팀으로부터 흡입독성실험 결과만 받았고, 생식독성실험 결과 보고서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설령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는 김앤장의 해명을 받아들여도, 김앤장은 2011년 11월과 이듬해 4월 있었던 생식독성 중간결과 발표와 최종결과 발표엔 직접 모두 참석했기 때문에 내용을 몰랐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김앤장의 이 분야 전문 변리사가 2012년 4월19일 생식·흡입실험과 관련된 혈액, 혈청 원자료를 받아갔고, 열흘 뒤 ‘흡입독성시험 시 체임버 내 온도, 습도 측정 데이터’ 등 8개의 구체적인 원자료를 요구한 점이다. 화학 분야를 전공한 한 변호사는 “(김앤장이) 추가 요구한 자료 자체만 보더라도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 인력들이 원자료를 분석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옥시가 민사소송 등에 휘말리자 생식실험 결과가 빠진 조 교수의 실험 결과 보고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등을 미국계 다국적 컨설팅 업체에 보내 검토를 받도록 자문했다. 이 업체는 친기업 성향의 회사로 거액의 돈을 받고, 주문한 대로 보고서를 써주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앤장 관계자는 “당시 옥시가 다른 평가기관을 소개해달라고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이 업체를 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앤장은 검찰에 낸 의견서에서 이 컨설팅 업체를 환경 위험성 평가 부분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전문가 회사라고 설명한 뒤 “질병관리본부의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팀의 보고서를 최근 검토한 국내 전문가들은 <한겨레>에 “제대로 된 실험이라면 대조군은 정상적 발육과 건강 상태를 보여야 하는데 왜 대조군의 이상소견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컨설팅 업체의 보고서는 이런 지적 없이 “서울대 실험 결과에 따라 실험동물에서 옥시 제품으로 인한 유의미한 폐 독성이 관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돼 있고, 이는 김앤장의 의견서에 그대로 언급됐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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