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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18을 모르는 당신을 위해 엄선한 영화·소설·웹툰 8가지

등록 2016-05-18 17:14수정 2016-05-18 18:05

18일 오늘은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6년째 되는 날입니다. 5·18의 정신은 희미해진 채, 각종 잡음과 논란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5·18을 잘 모르는 우리를 위해, 5·18을 다룬 소설과 영화, 웹툰 8편을 소개합니다. 5·18민주화운동 열흘을 꼼꼼히 기록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5·18이 남긴 상처를 드러낸 작품도 있습니다. 희생자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해자가 돼야 했던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진 작품도 있습니다.

‘5·18 직전 9박10일의 광주’

1. 영화 <스카우트> (김현석 감독, 2007)

▶영상

1980년 5월8일, 대학 야구부에서 스카우트를 맡은 호창(임창정)은 5·18을 열흘 앞두고 광주로 ‘급파’된다. 고교 야구스타인 광주일고 3학년 선동열을 스카우트 해오라는 황당한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장르는 코미디지만, 영화 곳곳에 의미심장한 상징이 녹아 있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야구는 3S(Sex, Screen, Sports)정책을 상기시킨다. ‘3S 정책’은 5·18 이후 들어선 전두환 정권이 대중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돌리기 위해 성, 영화, 스포츠 산업을 장려한 것을 말한다. 호창이 ‘급파’되는 시기도 5월8일부터 17일까지다. 18일 본격화된 5·18민주화운동과 하루도 겹치지 않지만, 그 기간이 9박10일로 항쟁 기간과 같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5·18을 보여주는 키워드 ‘(전두환은) 진짜 남자’

호창은 광주에서 첫사랑 세영(엄지원)을 마주친다. 세영은 운동권 출신으로 군부 정권의 민주화 시위 진압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세영과 대화를 나누던 호창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진짜 남자”라며 추켜세운다. 세영을 향해 “너희들 모여 시민운동 하는 것도 다 겉멋 아니냐”라며 쏘아붙이기도 한다. 가해자의 무지가 피해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18 당시 열흘을 기록한 첫 소설’

2. 소설 <봄날> (임철우 작가, 1998)

200자 원고지 7000여장, 낱권으로 5권에 이른다. 대하소설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1998년 출간된 임철우 작가의 <봄날>은 5.18민주화운동을 전면에서 다룬 첫 소설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직접 목격한 80년 광주에 대해 거듭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자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결심부터 탈고까지 무려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설은 5·18민주화운동 열흘 동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숨진 시민군 윤상현, K일보 광주주재기자 김상섭 등을 등장시켜 실존 인물들의 자취를 꼼꼼히 더듬는다. 최규하 대통령의 담화문, 김준태·양성우 시인이 광주를 노래한 시 등 시대를 보여주는 자료도 담겨 있다. 이 소설은 암울한 시대를 기록하려는 작가의 끈질기고 외로운 투쟁의 산물이다.

-5·18을 보여주는 키워드 ‘잊힌 도시’

작가는 <봄날>의 서문에서 “끝내 아무도 달려와 주지 않았던 그 봄날 열흘, 저 잊힌 도시를 위하여 이 기록을 바친다”고 했다. <봄날>을 통해 비로소 광주는 온전히 기록된 채 대중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5·18 당시 평범한 희생자들을 그려낸 흥행작’

3. 영화 <화려한 휴가>(김지훈 감독, 2007)

▶영상

택시기사 민우(김상경)와 고등학생 진우(이준기), 간호사 신애(이요원) 등 광주의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 폭력에 맞서 총을 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 제목은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작전명이기도 하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680만 관객을 모았다.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항쟁 마지막 날 새벽, 신애가 텅 빈 광주 거리에서 애타게 외치는 말이다. 이는 실제로 계엄군이 최후 진압을 위해 전남도청으로 향하던 5월27일 새벽, 광주 도심 곳곳에 울려 퍼진 목소리다.

-5·18을 보여주는 키워드 ‘살아남은 자의 슬픔’

영화 말미에 신애와 민우는 상상 결혼식을 올린다. 끝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려다 숨을 거둔 이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짓지만, 살아남은 신애 혼자만 웃지 못한다. 비극을 겪은 사람은 살아남아도 평생 죄책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조용하고 길게 클로즈업되는 신애의 슬픈 얼굴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5·18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위로’

4. 소설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 2014)

최근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2014년 펴낸 소설이다. 작가는 5·18 이후 무너진 희생자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5·18 당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중학생 동호, 박정희 유신 정권 때 노동 운동을 하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광주에 그림자처럼 스며든 여성 방직 노동자, 시체를 닦기 위해 병원과 도청사를 오가는 고등학교 소녀 등 순박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소설은 숨죽인 광주 시민들에 대한 씻김굿이다.

-5·18을 보여주는 문장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욕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욕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30여년이 지나 80년 광주를 기록하겠다며 찾은 작가에게 동호의 가족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일부 극우 세력이 당시 시민군을 ‘폭도’라고 매도할 때 희생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짐작케 한다.

‘엄혹한 시대에 가해자가 돼야 했던 피해자’

5. 영화 <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1999)

▶영상

구로 공단의 야학에 다니던 평범한 청년 영호(설경구)는 1980년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된다. 영문도 모른 채 단순히 지시에 따라 시민들에게 총과 곤봉을 휘두른 뒤, 그의 삶도 서서히 일그러진다. 그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삶을 망가뜨린다.

5·18민주화운동은 가해자에게도 상흔을 깊게 남겼다. 당시 신군부는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 경찰 대신 군대를 앞세우고,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가해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영화는 이들 역시 역사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5·18을 보여주는 문장 “나 다시 돌아갈래!”

영호는 중년에 접어들어 망가진 자신의 생을 뒤돌아본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친다. 이후 그의 삶이 역 시계열적으로 나열된다. 영화는 한 번 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영화 <꽃잎> 장면 갈무리
영화 <꽃잎> 장면 갈무리
‘처음으로 5·18 현장에서 촬영된 영화’

6. 영화 <꽃잎> (장선우 감독, 1996)

▶영상

소녀(이정현)는 5·18민주화운동에서 어머니를 잃고 정신분열증을 얻게 된다. 당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어머니 손을 뿌리치고 혼자 도망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탓이다. 인부 ‘장’(문성근)은 그녀를 거두지만, 정신이 불안정한 그녀를 육체적으로 학대한다.

1996년 상영된 이 영화는 5·18민주화운동을 전면으로 다룬 첫 영화로 알려져 있다. 최윤 작가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원작이다. 미국 방송 시엔엔(CNN)에서 언급되며 국제적으로 5·18을 다룬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잡음이 이어졌다. 영화 광고에 ‘학살자 전두환을 처단하라’는 구호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한국공연윤리위원회에서 수정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5·18을 보여주는 키워드: 광주 금남로

1980년 5월21일은 계엄군이 광주 시위대를 향해 처음으로 발포한 날이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날이다. 영화에서 소녀의 어머니(이영란)도 학생운동을 하던 아들이 의문사한 것에 분노해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다. 이 장면은 실제로 광주 금남로에서 촬영됐다. 5·18 희생자의 유가족과 광주 지역 학생 등 수천 명이 시위대나 계엄군으로 출연했다. 5·18 당시 광주 관련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붙잡힌 경험이 있는 장선우 감독은 “너와 나의 구별 없이 모든 것을 함께 나누던 80년 5월의 아름다운 세상, 그 위대한 5월의 정신을 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5·18을 통해 보여주는 민주화 열망’

7. 소설 <오래된 정원> (황석영 작가, 2000년)

5·18민주화운동 주동자로 지목된 현우는 도피생활을 하다 미술교사 윤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현우는 다시 민주화 운동에 나서고, 이내 붙잡혀 감옥에서 17년을 보낸다. 소설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세세히 묘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5·18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무기 징역을 선고하는 엄혹한 시절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이 한국 현대사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적으로 집약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웹툰 <26년> 갈무리
웹툰 <26년> 갈무리
‘수십년이 흘러도 가해자는 사과하지 않는다’

8. 웹툰 <26년>, 강풀

만화는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가족을 조명한다. 광주에서 주먹을 쓰는 진배, 사격선수 미진, 경찰 정혁 등은 모두 5·18 이후 가족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항쟁 26년 만에, 5·18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진압 책임자인 ‘그 사람’(전두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하지만 평범한 이들이 누군가에게 총구를 겨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6년>은 끝내 실패하는 복수를 담아낸다.

- 5·18을 보여주는 문장: “나는 모르는 일이다”

‘그사람’은 5·18 당시 자신의 책임을 끝내 부인한다. “26년 전 그날 양민을 학살할 것을 명령했나”라고 재차 묻지만 “나는 그날... 발포가 되었는지 어쨌는지도 몰랐어… 그건 그쪽의 일이었어”라고 말한다.

픽션이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월간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어느 누가 총을 쏘라고 하겠어 국민에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며 발포 책임을 부인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려다 안 된 사람의 모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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