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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남기는 오늘도 그 집에 살고 있다

등록 2016-06-17 21:45수정 2018-08-21 14:25

[토요판] 화보
농부 백남기의 고향집
백남기씨가 사용하던 농기구들. 손잡이마다 부지런한 농부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난다. 왼쪽부터 쇠스랑, 네기(쇠갈퀴), 삽, 자루괭이, 삽괭이.
백남기씨가 사용하던 농기구들. 손잡이마다 부지런한 농부의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난다. 왼쪽부터 쇠스랑, 네기(쇠갈퀴), 삽, 자루괭이, 삽괭이.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7개월이 넘도록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는 농민 백남기(69)씨. 그의 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 집 마당에는 손때 묻은 물건들이 주인이 외출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해 질 무렵 거나하게 막걸리 한잔 걸친 사람 좋은 농부가 벗이자 후배인 농부들과 어깨 겯고 돌아오기를….

안방에 걸려 있는 감청색 생활한복.
안방에 걸려 있는 감청색 생활한복.
툇마루 끝에 놓인 흙 묻은 파란 장화.
툇마루 끝에 놓인 흙 묻은 파란 장화.
툇마루 댓돌에 기대놓은 흰 고무신과 재떨이 속 담배꽁초.
툇마루 댓돌에 기대놓은 흰 고무신과 재떨이 속 담배꽁초.
댓돌에 기댄 하얀 고무신과 흙 묻은 장화, 툇마루 끝에 놓인 꽹과리, 안방 벽에 단아하게 걸린 감청색 생활한복, 재떨이의 담배꽁초들…. 마당과 안방을 지나 뒤란까지 둘러보면 아직도 백남기씨는 ‘그 집에 살고 있었다’. 농기구 창고 벽에는 그의 손때 묻은 자루괭이며 삽이 기대서 있고 쇠스랑 끝에는 마치 어제 오후쯤 두엄 더미에서 작업을 끝낸 듯 아직도 퇴비풀이 꽂혀 있다. 북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그가 어깨에 메고 보성 농민회 대동잔치에서 두드렸을 북, 그 북 또한 창고 선반에서 아직 둥둥거리고 있다. 마당 가득 핀 분홍색 낮달맞이꽃에 흰 나비 한 마리가 팔랑 날아든다. 마치 그가 기적같이 살아서 집에 돌아오기라도 한 듯. 지난해 11월 백남기씨가 파종하고 떠난 우리밀은 농부의 부재를 잊은 듯 저 홀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어느새 황금벌판이 되었다. 그가 쓰러진 뒤 겨울이 가고 봄을 지나 여름을 맞았지만 그를 쓰러트린 책임자들은 어느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그사이 진압 책임자들은 외려 영전하고 승진했다. “그나마 병실에 찾아가면 손이라도 만져볼 수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이제 최고 수위의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어 정말 걱정이지요. 참 나쁜 나라예요.” 말끝을 흐리는 부인 박경숙씨, 그리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또 아버지의 억울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두 딸. 그들에게 희망의 빛이 비치길 기대해 본다.

백남기씨가 사용하던 북과 꽹과리.
백남기씨가 사용하던 북과 꽹과리.

농기구 창고 안에 있는 백남기씨의 책장.
농기구 창고 안에 있는 백남기씨의 책장.
보성/사진·글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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