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법] 불쑥불쑥 찾아오는 SNS 성폭력
여혐 맞물려 심해진 SNS 성폭력
정보통신망법·모욕죄 등
처벌 법조항 있는 경우 많아
수사기관도 적극 나서야
여혐 맞물려 심해진 SNS 성폭력
정보통신망법·모욕죄 등
처벌 법조항 있는 경우 많아
수사기관도 적극 나서야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밴드, 트위터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람들을 서로 24시간 ‘로그온’ 상태로 이어준다. 특히 에스엔에스는, 메신저처럼 일대일 채팅이 가능해 폐쇄적인 성격을 갖는 동시에 리트위트, 좋아요, 공유하기 등을 통해 타인에 노출되는 정도 또한 크다. 익명성과 불특정성에 기댄 성폭력 행위의 위험 또한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성폭력 범죄는 음란물 유포 등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에스엔에스 등에서의 성적 모욕과 명예훼손 범죄는 늘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고도 이전보다 적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성폭력의 사전적 의미는 사이버 공간에서 문자나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 또는 불쾌감, 혐오감을 유발하는 행위다. 비대면이라는 온라인의 특성상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는 데 훨씬 더 무감각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받는 피해와 상처는 오프라인상의 성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혐오’ 코드와 맞물리면서 상승 작용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임소연(가명·20)씨는 지난 5월 한 페북에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에 관한 댓글을 달았는데, 자신의 페북 게시물과 사진들이 극우성향 커뮤니티에 ‘불펌’(동의 없이 가져감)되는 일을 겪었다. 그곳에서 임씨는 ‘메갈년’(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 이용자를 폄하해 부르는 말)으로 지목돼, 입에 담기 힘든 수백개의 성적 비하 댓글로 만신창이가 됐다. 임씨는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나중에야 저처럼 당한 여성이 수십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여성단체들과 함께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사실 일상 속에서는 임씨의 경우처럼 피해 사실이 명백한 경우보다는, 불쾌감을 느끼지만 명백한 범죄적 행위로 보기엔 모호한 일들이 훨씬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피해 여성들도 ‘기분은 나쁘지만 이걸 범죄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은 ‘범죄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야한 동영상을 올려놓고 사라지는 ‘바바리맨’을 경험한 김정현(가명·38)씨는 “이걸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일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기분 나빴지만 액땜했다 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2014년, 15~50살 여성 1216명 대상)를 보면, 온라인에서 성적 욕설이 담긴 메시지 등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3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25.4%는 ‘서비스 이용을 중단한다’고 답했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답변은 0.6%에 그쳤다.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신고를 해도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36.6%),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34.8%)가 가장 많았다. 온라인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는 우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해 성적 비하성 게시글을 삭제할 수 있다. 방심위는 인터넷피해구제센터를 통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보’에 대해 심의를 거쳐 삭제, 접속 차단 등의 조처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게시글이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하는 상태)이 있어야 한다는 게 기준이어서, 일대일 대화에선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페이스북·트위터 등 해외 사이트는 방심위 조처가 이행될 수 없다.
현행법상 온라인 성폭력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형법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은의 변호사는 “현행법상 온라인 성폭력은 수사기관이 해당 법률을 적극 의율하면 처벌이 가능하다. 법 조항보다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대응과 수시기관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정책연구원 이수연 선임연구위원은 “수사기관이 온라인 인권피해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언어유희에 대한 과잉반응으로 치부하거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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