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별 내용
헌법재판소가 28일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 중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을 확인해달라고 낸 헌법 소원을 모두 기각했다. 쟁점이 됐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 △부정청탁을 14개로 유형화해 금지 △ 처벌하는 액수 결정을 시행령에 위임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받았을 때 신고 의무를 부과한 조항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 한국기자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낸 헌법소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국기자협회의 청구에 대해서는 “심판대상조항은 언론인 등 자연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 기자협회는 기본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이들의 청구는 적법하지 않다며 각하했다.
“공공성 갖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헌재는 첫 번째 쟁점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조항(정의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국가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는 과도기적인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직업군은 두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만 포함시킨 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어느 범위까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도록 할 것인지는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면서 “국회가 민간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내 “직무의 성격상 공공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청탁금지법의 규제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부정청탁 유형 열거, 과잉금지도 아니다”
두 번째 쟁점인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조항(부정청탁금지조항) 중 부정청탁이란 용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고, 대법원은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14개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했다”고 판단했다.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조항이 과잉금지라는 청구인들의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관들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가 아닌 사학 관계자와 언론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준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국가가 입법 목적을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여 법률을 부당하게 집행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전제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회통념 반영, 액수 결정 정부에 위임 필요”
세 번째 쟁점이었던 ‘처벌하는 액수 결정을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위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반박됐다. 현재 청탁금지법은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허용되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 범위를 결정하고 있다.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한 이른바 ‘3, 5, 10’ 조항이다. 재판관들은 “수수가 허용되는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이나 사교, 의례 목적의 경조사비, 선물, 음식물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면서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인만큼 입법부가 담당해 법률의 형식으로서 수행해야지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다수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배우자 통한 불법 우회통로 차단, 정당성 있다”
네 번째 쟁점이었던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이 배우자의 금지 금품 수수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았을 때 형벌이나 과태료를 내리는 조항’(신고, 제재조항)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이 조항들은 우회적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당한 입법목적이 있다”면서 “배우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아니한 사학 관계자나 언론인을 본인이 직접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처럼 처벌하는 이외에 달리 입법목적을 달성할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4명(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냈지만 과반을 점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불신고 처벌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형태이고,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균형을 잃은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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