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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치 깬 이철성, 경찰총수에 오르다

등록 2016-08-24 21:34수정 2016-08-25 10:37

‘음주사고 신분은폐’ 도덕성·자질 논란 불구
박 대통령, 야당 반대 불구 24일 임명
경찰 “음주단속 등 법집행 어떻게…” 자조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경찰관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한 사실이 드러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14만 경찰을 지휘하는 경찰 총수 자리에 공식 취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신임 경찰청장에 이철성 후보자를 공식 임명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23일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면서, 기한을 당일 자정까지로 정한 바 있다. 야당이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 은폐 의혹’을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경찰청장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청장은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거짓 해명과 은폐 의혹으로 거센 도덕성과 자질 논란을 불렀다. 애초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 자료에는 ‘23년 전 단순 음주운전 사고로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냈다’고 했지만, 경찰관 신분을 속여 징계를 피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사고 피해 차량이 전파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주장도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법을 지키는 것이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 신분을 속여 징계를 피하고 승승장구해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른 사람이 14만 경찰 조직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가 경찰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일선서 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순경은 “이 청장이 결국 임명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떠오른 생각은 ‘이제 음주단속 어떻게 하지’였다. 다른 건 몰라도 국민들 상대로 음주단속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안에서도 ‘23년 전 일로 계속 꼬투리 잡을 수 없다’는 사람부터 ‘청장에 오를 사람이 그렇게 없냐, 부끄럽다’는 사람, ‘어차피 위에서 멋대로 정하는 거니 관심 없다’는 사람들까지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 청장 임명을 두고 일선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위법 행위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형사사법기관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

최근 시·도 교육청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는데 공무원 신분을 속인 교육공무원 940명의 ‘사후 징계’를 추진중이다. 이들 신분 은폐 교육공무원들을 찾아낸 건 감사원의 요청을 받은 경찰이었다. 교육 관련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 6급 공무원은 “교육공무원들은 뒤늦게 비리 사실이 밝혀져 중징계를 받을 처지인데, 똑같은 비리를 저지른 경찰공무원이 경찰 총수가 되는 건 모양이 우습지 않으냐”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이지은 간사는 “경찰은 그동안 준법이란 명목으로 시민사회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해 왔는데, 과연 경찰이 그렇게 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온갖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검증을 통해 후보자로 내정됐다. 우 수석과 청와대 비서실에 함께 근무한 경력 등으로 우 수석 아들(의경)의 보직 특혜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장의 자격이 국가 치안을 총괄할 수 있는 자질과 도덕성이 아니라 청와대 권력의 눈에 드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경찰 고위급 간부는 “여론의 비판도 크고 국회도 동의하지 않은 후보자를 대통령의 의지로 임명했다면, 그 경찰청장이 누구에게 충성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권력의 속성상 청와대는 다루기 쉬운 사람을 경찰청장에 임명해왔다. 처음부터 낙점을 하고 검증을 했으니 부실검증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고 지적했다.

경찰 계급상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이 될 후보는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경찰 조직 전체에 6명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는 6명의 선택지 중에서 후보를 찾아야 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청와대가 이 청장의 음주 교통사고 신분 은폐 사실을 알고도 지명을 했다는 것은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후보로 선택했다가 더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허승 최혜정 김미향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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