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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병사’ 고집한 주치의 “적극적 치료 안받아 병사” 궤변

등록 2016-10-03 21:59수정 2016-10-03 23:06

특위 “지침위반”…주치의 ‘유족탓’
“유족이 급성신부전에 체외투석 치료 동의 안해”
특위, 재작성 등 요구 않고 “외압 없었다” 결론
의료계 “교통사고도 연명치료 중단하면 병사인가”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 브리핑이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렸다.특위 위원장 이윤성 교수(왼쪽)가 회견 시작 전 자리에 앉으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오른쪽은 주치의 백선하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언론 브리핑이 3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렸다.특위 위원장 이윤성 교수(왼쪽)가 회견 시작 전 자리에 앉으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오른쪽은 주치의 백선하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나라면 사망 종류를 ‘외인사’라고 썼을 것이다.”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의 적절성을 평가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위)의 이윤성 위원장(법의학교실 교수)은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거듭 이렇게 밝혔다.

“만약 최선의 진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면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다.” 백씨의 주치의이자 문제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백선하 교수(신경외과장)는 이 위원장 곁에 앉아 진단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3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특위의 최종 판단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판단 주체와 판단 대상 간에 공방이 이어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기자회견 전에 열린 회의에서도 특위 위원들과 백 교수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회의 시작 3시간 뒤쯤인 오후 3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의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2시간 넘게 늦어졌다.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병원 차원의 위원회가 구성돼 적절성을 재논의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사안이 막중하고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특위는 이날 그동안 의료계와 서울대 의대생, 시민사회 등 각계의 문제 제기 가운데 사망 종류를 ‘병사’, 직접사인을 ‘심폐 정지’라고 기재한 것은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다는 사실만 공식적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특별위원회는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거나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판단까지 내리진 않았다. “사망 원인의 판단은 직접 담당한 의사의 재량에 속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의사 개인이 작성한 사망진단서를 잘못됐다고 비평할 수는 있지만 수정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특위는 백 교수의 진술만을 근거로 “진단서 작성에 외압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론에 대해서조차 백 교수의 반박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고인은 간단히 말하면 머리 손상 때문에 사망했고 이 머리 손상은 외인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에 외인사에 해당한다”며 문제의 사망진단서가 대한의사협회의 작성 지침과 “다르다”고 완곡하게 표현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법의학계의 대가이며, 의협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직접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의사협회 지침에는 심폐 정지, 심부전과 같은 사망의 양식을 기록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고 백남기씨는 의사협회에서 규정한 경우와 다르다”며 “만약 최선의 치료를 하고도 사망에 이르렀다면 (나도)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유족과 투쟁본부가 연 기자회견에서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전 서울동부병원 원장·맨오른쪽)가 이날 공개된 고인의 사고 당일 서울대병원 응급실 CT촬영 영상을 살펴보며 당시 이미 위중한 상태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유족과 투쟁본부가 연 기자회견에서 김경일 신경외과 전문의(전 서울동부병원 원장·맨오른쪽)가 이날 공개된 고인의 사고 당일 서울대병원 응급실 CT촬영 영상을 살펴보며 당시 이미 위중한 상태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 교수는 “고인의 가족들이 체외투석치료 등에 반대해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했다. 고인은 생전 여러 가지 합병증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가족들이 밝혔는데, 실제 고인이 사망하기 6일 전부터 시작된 급성 신부전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지 않아 결국에는 심폐 정지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백씨의 사망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에 대해 특위의 한 위원은 “고인의 가족들이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아 사망했기 때문에 병사라는 얘기는 사망진단서 작성 원칙뿐 아니라 의료계 또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하지만 백 교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의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는 “백 교수는 환자 가족이 ‘연명치료중단 동의서’를 작성한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하는 것인데, 그의 주장대로라면 교통사고 환자도 연명치료중단 동의서만 있었으면 모두 ‘병사’로 기재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지난 1일 구성됐으며, 2일 한 차례 회의를 거친 뒤 이날 백 교수를 불러 입장을 듣고 사망진단서 적절성 여부를 최종 평가했다. 특위는 평가 보고서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활동을 마쳤다.

안영춘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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