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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윤성 “백남기씨 사인? 한국 사람 맞냐는 질문처럼 뻔해”

등록 2016-10-04 17:36수정 2016-10-04 19:55

서울대 특조위원장 “백선하 교수도 물대포 외상 인식 공유”
“사망진단서는 참고자료…법적 판단에 큰 영향 못미칠 것
불필요한 시비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검은 필요”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연건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연건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백남기 농민의 원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부상인지를 묻는 것은 ‘당신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것처럼 너무 뻔한 것이다.”

이윤성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사망진단서의 병사·외인사 논란과 별개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다쳤다는 것은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외과장)도 인식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지난달 25일 담당 전공의에게 사망의 종류를 ‘병사’라고 기재하도록 지시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의대는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를 꾸렸고 이 교수는 위원장을 맡았다. 이 교수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재한 것은 대한의사협회 지침을 어긴 잘못된 진단서”라며 “나였다면 ‘외인사’라고 기재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정황상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다친 것은 분명하다”며 “특위 조사과정에서 백선하 교수와 신찬수 부원장을 만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백 교수에게 이를 명시적으로 확인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백씨의 근본 사인이 물대포라는 것은) 너무 뻔한 것이어서, 이를 백 교수에게 물어보는 것은 ‘당신 한국 사람이 맞습니까?’, ‘당신 서울대 교수 맞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수준의 질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백 교수도 사망진단서에 첫번째 사인을 ‘급성경막하출혈’이라고 기재했다. 급성경막하출혈이란 것 자체가 외상에 의한 것이고, 백남기 농민에게 가한 외상은 물대포를 맞는 순간 발생한 것이다. 특히 두개골이 함께 골절됐기 때문에 이것이 외상에 의한 것이란 점은 너무 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망진단서가 잘못 됐지만, 그것은 일차적인 참고자료일 뿐 결정적 증거가 아니기 때문에,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록됐다는 이유로 부검 여부가 결정되거나, 법적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인에 대해선 “정황상 물대포에 맞아 다친 것은 분명하지만 다친 정도로 보았을 때 물대포에 직접 맞은 것만으로 두개골이 골절되지는 않았을 것 같고, 물대포에 맞고 넘어져 바닥에 부딪히는 충격 정도는 있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족 쪽 법률 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물대포에 직접 맞아 다친 것과, 물대포에 맞고 바닥에 부딪혀 다친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연건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연건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 교수는 ‘부검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무기록지가 충분하기 때문에)내가 봐도 부검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사회적 논란을 불식시키고, 차후에 유가족이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부검을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이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 전지전능하지는 않다”면서도 “황당하긴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빨간 우비 남성’에 의해 골절이 발생했는지, 이런 이견들에 대해 누군가는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누군가’가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고 검찰이다. 유가족 입장에서 불신할 수밖에 없지만 그게 우리나라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누군가 ‘물대포에 맞는다고 사람이 다 죽지 않는다. 골다공증이 있었던 것 아니냐? 왜 부검을 안 했냐’고 시비걸 수도 있다. 죽음의 원인을 명백하게 확정 지어 놓는 것이 유족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외압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없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해야 맞다”고 정정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세게 이야기한 이유는, 만약 외압까지 있었다면 사망진단서를 그렇게 허접스럽게 만들었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며 “사망진단서를 잘못 쓴 것은 외압에 의한 것보다는 무식함과 잘못을 지적해도 고치지 않는 고집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의무기록지에 담당 전공의가 ‘부원장, 백 교수와 상의해서 사망진단서 작성했다’고 적어놓은 부분이 오해를 사고 있는데, 어느 병원이든지 큰 병원은 사회적 관심을 받는 인사가 입원을 하면 부원장급이 수시로 보고를 받는다. 그래서 돌아가신 날에도 부원장이 보고를 받았다. 레지던트가 ‘사망진단서는 어떻게 쓰느냐’고 묻자 부원장이 ‘그것은 백선하 교수하고 상의해서 하라’고 지시했다. 그 과정을 의무기록에 써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남기 농민의 유족과 변호인단은 이날 “사망진단서에 잘못 기재된 부분들에 대한 정정을 서울대병원에 정식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신찬수 진료부원장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날까지 유족에게 백남기 농민 부검에 대한 협의 요청에 답해달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일 변호사는 “협의 이전에 유족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변호인단이 적절한 자문을 주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발부한 부검 영장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거부했고, 경찰은 내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협의 요청 이전에 부검 영장의 정확한 내용을 유족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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