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 80억 요구’ 개입 증언 사실이면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죄 적용 가능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죄 적용 가능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기업들을 상대로 케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 제3자 뇌물수수나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제3자 뇌물수수죄(형법 제130조)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거나 요구한 죄를 말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이 가능하다. 판례는 직무에 관해 대가성이 있는지를 보고, 청탁의 내용이 부정한지 정당한지를 가려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안 수석의 기업체 압력 정황은 정현식 케이스포츠 전 사무총장뿐 아니라 지난 9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의 녹취록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안 수석의 혐의와 비슷한 사례로는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 사건이 꼽힌다. 2002년 7월 이남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케이티(KT) 주식 취득과 관련해 기업결합심사를 받던 에스케이(SK)텔레콤 임원을 불러 자신이 다니는 사찰에 10억원을 내도록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은 위법한 것뿐 아니라 부당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사회상규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면 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기업들이 안 수석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서울 지역의 한 법원 판사는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려면 안 수석에게 기업들이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가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 같다”며 “제3자 뇌물수수 외에도 직권남용이나 강요죄 적용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직권남용(형법 제123조)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서, 강요죄(형법 제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는 죄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제3자 뇌물수수는 부정한 청탁이 전제돼야 하고,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해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직무 범위가 국정 전반에 걸쳐 있는 청와대 수석의 요청이 있었다면 이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아 직권남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모금을 지시하고 퇴임 뒤 재단 자리를 보장받기로 했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직접 지시하지 않더라도 결재나 관련 보고를 받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안 수석과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8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씨에게 100만달러를 건넨 것 등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당시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노 전 대통령 처벌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헌법상 내란이나 외환의 죄가 아니면 임기 중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아 기소되지는 않는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