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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남기 농민 장례미사 엄수…대주교 “공식사과 없어 이해안돼 ”

등록 2016-11-05 10:03수정 2016-11-06 12:40

염수정 추기경 집전·김희중 대주교 강론…“나라가 큰 혼란 빠졌다”
‘책임자 처벌’ ‘특검’ 만장과 함께 운구…오후 2시 광화문광장서 영결식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미사가 끝나고 5일 오전 10시10분부터 운구가 시작되고 있다. 고한솔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미사가 끝나고 5일 오전 10시10분부터 운구가 시작되고 있다. 고한솔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가 5일 민주사회장으로 거행됐다.

이날 오전 8시 서울대병원 1층 안치실에서는 백 농민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백 농민의 부인 박순례씨와 자녀 두산, 도라지, 민주화씨, 손자 지오군 등 유가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소속 활동가 등 30여명이 곁을 지켰다. 발인은 천주교식으로 진행됐다. 신부들이 부르는 고요한 추모 찬송가가 안치실에 울려퍼졌고 뒤이어 고인을 기리는 기도가 이어졌다.

10여분 동안 진행된 발인이 끝나자, 백남기 농민의 관이 운구차로 옮겨졌다. 사위 전상규씨가 영정을 들고 선두에 섰고, 남은 유가족이 뒤를 따랐다. 운구차 앞에선 백도라지씨와 백민주화씨는 운구차에 실린 관 앞에서 짧은 묵념을 올리고 눈물을 지었다.

발인을 지킨 가톨릭농민회의 김희봉씨는 “책임자 처벌도 없었고 대통령의 사과도 없었다.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 상태로 고인을 떠나보내려니 참담한 심정이 들지만, 고인의 곁을 지켜준 시민들의 뜻깊은 행동으로 이렇게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돼 다행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의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40여일간 매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는 강아무개(51)씨는 “백남기 농민이 아니라 경찰의 폭력진압 앞에서는 누구든 물대포에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백남기 농민은 곁을 떠났지만 고인의 뜻을 잊지 않으려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유가족과 시민을 포함해 500여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장례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전국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카톨릭농민회 담당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염 추기경은 “현재 (나라가) 큰 위기와 혼란에 빠져있다. 진정으로 이웃을 위하기보다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세상을 불의로 얼룩지게 한다”며 “미사를 통해 우리가 생명 고귀함을 잊지 않고 늘 깨어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백남기 형제가 우리곁을 떠난게 아니라 우리가 떠나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바라는 고인의 외침이 참혹하게 살수차에 의해 죽을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나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할 국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그러나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권력 부당한 사용으로 인해 한 생명이 죽었는데 아직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있는 분이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해주기를 바랍니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은 아닙니다. 수많은 노동자, 농민 외침 무시당해왔고 우리가 그 목소리를 무관심하게 외면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라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장례 행렬은 노제가 열리는 종로구청 사거리를 향했다. 오전 10시30분, 미사가 열린 명동성당을 나선 행렬은 삼일로, 종로2가 사거리를 지나 종로1가까지 이어졌다. 높이 2미터가 넘는 백 농민의 영정 그림을 실은 1톤 트럭이 맨앞에 섰고, 곡꾼이 애끓는 곡을 하며 뒤를 따랐다. ‘생명평화일꾼 백남기’라고 적힌 만장, 운구차, 8명의 상여꾼이 맨 꽃상여 등도 뒤를 이었다. ‘백남기 농민을 지켜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검은 펼침막을 든 유가족과 시민들, 10명이 든 삽을 들고 선 백 농민 걸개그림도 뒤따랐다. 꽹과리, 징, 장구, 북을 든 40여명의 풍물패, ‘국가폭력 끝장내자 살인정권 물러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특검을 실시하라’ 등이 적힌 80개의 만장, 일반시민 수백명의 순으로 행렬이 이어졌다. 행렬은 3개 차로를 메웠다. 종로2가 교차로에서 종로1가 교차로까지 모두 채웠다.

노제는 오전 11시35분부터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사거리에서 시작돼 낮 12시10분께 마무리됐다. 박석운 장례위원,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304명의 우리 아이들과 승객을 구하지 않은 정부가 백남기 농민을 폭력으로 희생시켰다. 아이들이 희생되고 1년 뒤 꽃다발 올리겠다는 우리를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와 캡사이신으로 공격했던 정부가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똑같은 공격을 가해 희생시켰다. 그리고 그 책임을 희생자에게 떠넘기려 했다. 자신들만 지키려는 정권의 끝이 무엇인지 남은 우리가 보여주겠다. 우리 아이들 만나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우리는 잘 있다고 전해주십시오”라고 조사를 했다. 민중가요 ‘민들레’를 배경으로 이상은 무용가가 진혼춤을 추며 노제가 마무리됐다. 행렬은 오후 2시부터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고한솔 안영춘 기자 sol@hani.co.kr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미사가 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고 있다. 고한솔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미사가 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고 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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