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에스엔에스(SNS) 사용자가 13일 공유한 ‘민주묘총’ ‘전견련’ 로고. 출처 트위터
이번 주말인 19일에도 대규‘묘’ 집회가 열릴까. 고양이와 묘주들의 에스엔에스(SNS) 해시태그(#) ‘민주묘총’과 강아지·견주들의 해시태그 ‘전견련’ 깃발이 광장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만 100만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뒤, 에스엔에스에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유쾌한 저항’도 이어지고 있다. ‘펫팸(펫+패밀리)족’이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반려동물은 소셜미디어의 인기 주제이기도 하다.
에스엔에스에선 몇몇 누리꾼이 ‘민주묘총’과 ‘전견련’을 꾸려 박 대통령 퇴진운동에 동참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후 급속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사용자는 두 단체의 로고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 ‘전경련’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짓기에 누리꾼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고양이도 못 살겠다!” “지향하는 바 너무나 확실하다. 꼭대기의 부패한 자를 끌어내고 국가와 기업을 정상화시켜 노동자로서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야근을 적게 하여 더 많은 고양이 배 만질 시간을 확보한다” “박근혜 퇴진 하야옹 하야옹” 등 해시태그로 글을 올리며 박 대통령을 풍자하고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햄스터를 키우는 누리꾼들은 ‘햄네스티’를 ‘발족’해 박 대통령 퇴진운동에 연대할 뜻을 표하기도 한다.
시작은 12일 집회 ‘현장’이었다. 광장에 펄럭인 많은 깃발 가운데 무심한 듯 단호한 자세의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새겨진 ‘장수풍뎅이 연구회’ 깃발이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이다. 몇몇 시민들은 “어느 장소에서 장수풍뎅이를 목격했다”고 깃발 위치를 제보하기도 하고 “혼자 왔다가 장수풍뎅이 연구회를 따라다녔다”며 집회의 ‘깨알 재미’를 에스엔에스에 남기기도 했다. “장수풍뎅이 연구회도 있는데, 나는 주부니까 표백제 연구회나 할까. 하야케 더욱 하야케”(@bulb****) “장수풍뎅이 연구를 막은 박근혜를 용서할 수 없다!”(@charm***)
아로마 향초를 가지고 나와 불 밝힌 시민들 덕에 분노의 장에서 힐링 받았다는 증언도 많다. “여기저기 담배 냄새 맡으면서 걷다가 캔들 향 맡고 행복해졌다. 고마워요, 이름 모를 누군가여”(@dist****) “사람 붐벼서 못 움직이고 갇혀 있을 때 어디선가 좋은 향기 나고 마음이 조금 풀린다”(@giraf***) 등의 글에 다수가 공감했다.
이런 해시태그들은 네티즌의 기발한 센스로 공유되는 놀이지만 ‘랜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이 곧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석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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