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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비우그라’, ‘퇴근혜’…광장 메운 풍자

등록 2016-11-27 19:02수정 2016-11-27 22:07

“시민들이 어려운 일들을 자꾸 해냅니다. 주말마다 축제 같네요.”

경기도 광주에서 사는 박채운(42)씨는 지난 주말 3시간 넘게 눈길을 뚫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달려왔다. 세종로 일대는 박씨의 발길 닿는 곳마다 풍자와 패러디가 넘쳤다. 주최 쪽 추산 150만명이 참가한 5차 범국민행동에 나선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서울 중구 세월호특조위 앞에는 푸른색의 대형 고래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416연대)는 이날 304명의 희생자를 등에 태운 고래와 함께 ‘416 진실규명 대행진’을 시작했다. 조형물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며 만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석정현 작가가 그린 ‘세월호 고래'를 디자이너 이군섭씨가 ‘증강 현실’을 적용한 영상으로 제작해 페이스북에 소개한 작품이 이날 집회 현장에서 조형물로 형상화된 것이다. 석 작가는 “촛불을 밝힌 광화문이 마치 활주로 같았다. 그 활주로를 자유롭게 나는 고래와 그 등에 탄채 우리를 지켜보는 아이들을 그렸다”고 했다. 세월호 고래는 이날 청와대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까지 옮겨진 뒤 밤늦게까지 촛불 위를 날았다.

시민들 머리 위에는 유쾌하고 발랄한 ‘깃발’들이 펄럭였다. 시민노동단체가 아닌 평범한 개인이나 소규모 온라인커뮤니티 회원들이 제각각 만든 것들이다. 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구매한 것을 비꼬아 ‘하야하그라’, ‘당장 청와대 비우그라’라고 쓴 깃발이 등장했다. “고산병 예방약으로 구입했다”는 청와대 해명을 빗대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라고 적힌 깃발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패러디 한 ‘퇴근혜’, 결혼정보업체 이름을 빗댄 ‘하야해 듀오' 등의 문구도 휘날렸다.

‘통 큰’ 시민들의 자발적인 나눔도 이어졌다. 온라인커뮤니티 ‘82쿡(cook)’ 회원들은 광화문광장에 천막에 부스를 만들고 ‘하야커피’와 생강차 등 따듯한 음료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매주 집회마다 ‘그만 두유’를 제공해 온 ‘봄꽃밥차’는 이날에도 서울광장 인근에서 5000개의 두유를 시민들에게 쥐어줬다. 서촌 상인들도 가세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의 ‘카페통인’ 직원들은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한 시민들에게 따뜻한 물과 음료를 제공했다. 짙눈개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 대비한 엘이디(LED) 촛불도 부쩍 늘어났다. 밤 공기가 쌀쌀해진 탓에 머리띠나 목걸이 형태으로 제작한 엘이디 촛불도 많이 눈에 띄었다. 주최 쪽 관계자는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버티기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식의 망언이 이어지자, 끝까지 간다는 마음으로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진 김규남 박수지 허승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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