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11월 초부터 ‘퇴진하라 박근혜, 재벌도 공범이다’ 뱃지를 부착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는 날까지, 가슴에 뱃지를 달고 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홈플러스 노동조합 제공
매주 토요일 수백만명이 광장에서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는 동안 불꺼지지 않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카페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뱃지 시위’, 매장 시위’로 동참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신선덕(51)씨는 근무 조끼에 ‘퇴진하라! 박근혜. 재벌도 공범이다’라고 적힌 둥근 뱃지를 달고 일을 한다.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벌인 날, 서비스 업계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파업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뱃지 시위를 시작했고, 신씨도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그는 “아이들이 잠도 못 자면서 힘들게 공부하는데 돈과 권력만 있으면 쉽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니, 분했다. 시위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씨 조끼에 달린 뱃지를 본 손님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응원하겠다”고 말을 걸어온 젊은이도 있지만,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못살게 군다”고 말하는 나이든 손님도 있었다. 신씨는 “계산대 앞에서 만나는 손님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지난 2일 오후엔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졌다. 홈플러스 누리집 고객센터에 노동자들의 뱃지 착용을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박사모, 일베 등 일부 극우 단체 사이트에 홈플러스 노동자를 비방하는 글이 올랐고, ‘홈플러스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글이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됐다”며 “일부 계산원 노동자들에게 ‘뱃지 단 사진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어이 없는 협박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소식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자, 홈플러스 누리집에는 응원 글이 쏟아졌다. 노조 관계자는 “촛불 집회에 참여할 수 없지만, 일터에서 국민과 함께 하려는 노동자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신씨와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뱃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편의점,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주유소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도 각자의 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232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지난 3일,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인 ‘알바연대 알바노조’는 서울 광화문 일대 사업장을 찾아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우리는 매장에서 퇴진을 외친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손팻말 시위를 말리는 점주가 거의 없어 놀랐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사진 촬영에 협조적이었다. 매장을 이용하는 시민도 알바 노동자들의 시위에 환호했다”고 말했다.
박수진 석진희 기자 jjinpd@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