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종사 이주여성 12% “농장에서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60%는 월급 130만원 이하
76.8%가 한달 휴일 2일 이내
12.4% “성폭력 피해 경험 있다”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상당수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꼴로는 고용주나 관리자로부터 성폭력 피해까지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정춘석·김삼화 의원이 주최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5~8월 베트남·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농산물 재배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농업노동자의 65.9%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며, 76.8%가 한달 휴일 일수가 2일 이내였다. 또 59.2%는 13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주여성의 80.6%가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에 거주하고 있는데, 위생상태와 안전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으며 남성 고용주와 같은 숙소에 머무는 경우도 있었다. 67% 이상이 컨테이너 박스와 비닐하우스와 같은 가건물에서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응답자의 12.4%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4%가 한국인 고용주 또는 관리자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우였다. 대부분 근로시간 중 농장에서 혹은 퇴근 뒤 농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이주여성들은 응답했다. 심층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은 신고방법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해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공감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 농업노동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가해자인 고용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었다”며 “미국과 캐나다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사전에 이들에게 정부 기준에 부합하는 숙소를 제공했는지 검증받도록 돼 있는데 한국은 이런 조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황보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