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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관 스스로 입단속·자기검열...“표현의 자유 위축됐다”

등록 2016-12-20 08:34수정 2016-12-20 08:39

[밥앤법] 국정원 댓글판결 비판 판사 중징계 이후

법원 보수화·경직화 우려 쏟아져
“내부망에 판결 의견 거의 안올려”
“건전한 비판 사라진 탓 일방통행”
법조계에선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이 내려진 뒤 법관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이 내부적으로 판사 길들이기를 단행하자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입단속에 나서며 건강한 비판과 이견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2개월 정직 처분은 법관의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라고 많은 판사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법관과 법원 공무원만 볼 수 있는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렸으니 외부에 공표하려는 의도는 약했다고 볼 수 있다. 경고 처분이면 적절했을 사안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은 외적으로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책임을 더 크게 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직 처분은 다른 법관 징계 사례들과 비교해도 강도가 높다. 2012년 서울동부지법 유아무개 부장판사는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는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ㄱ 부장판사에 대해 3개월 감봉 처분이 내려졌다. 범법행위나 법관으로서 크게 윤리적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데도 정직 처분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정직 처분은 통상적으로 범법행위를 하거나 큰 비위를 저지른 법관들에게 내려졌다. 판사들 사이에선 비례의 원칙에 어긋났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대법원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판사들에게 암묵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법원이 판사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의견 교환이 줄어들고 판사들의 자기검열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따른다.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의 활용도가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외부인들과 접촉을 꺼리는 법관들에게 있어 코트넷은 상호 의견과 지식을 교환하는 중요한 장인데, 2년간 코트넷에서 판결에 대한 의견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코트넷에서 동료 법관의 판결에 대해 건전한 비판 의견을 올리려 해도 개인적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니 토론 문화가 실종됐다”고 했다.

법관의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범위가 현격히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의 각종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며 내적 긴장감을 주던 건강한 비판들도 함께 실종됐다는 것이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법관 인사의 공정성이나 대법원 정책에 대해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토론이 오갔는데, 김 부장판사 징계 이후 이런 토론이 줄어드니 공식적 소통 창구가 단절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자연히 법원의 보수화와 경직화가 심화됐단 비판이 따른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일선 판사들로부터 대법원에 전해지던 건전한 비판이 실종되니, 대법원 행정처 등이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하는 문화가 정착했다”고 했다. 또다른 판사는 “판사들도 자기 사건이 아니면 침묵하고 현실적인 이슈에 대해 논의하지 않게 됨으로써 법원 판결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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