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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못 믿을 수질검사…의뢰업체 원하는대로 마구 조작하다 쇠고랑

등록 2016-12-27 18:45수정 2016-12-27 19:49

사례1. 아파트 저수조 세척을 마친 청소업체로부터 먹는 물 수질 검사를 의뢰받은 ㄱ사는 수질 검사의 필수 항목인 유기인(살충제·농약의 주성분)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도 ‘유기인 불검출’로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유기인 검사는 용매를 넣어 반응을 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검사 절차에 견줘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실제로 유기인이 검출되는 빈도수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ㄱ사처럼 많은 수질 검사업체들이 이 검사를 ‘건너뛴다‘고 한다.

사례2. 수질검사업체 ㄴ사는 지하수 개발업자가 의뢰한 지하수 수질검사를 시행했다. 땅밑을 뚫어 나오는 지하수가 먹을 수 있는 물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수질 검사업체의 ‘적합’ 판정 검사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ㄴ사는 해당 지하수를 시료로 채취하지 않고 자사 수돗물을 가져다 검사하고 ‘적합’ 판정을 했다.

사례3. 수질검사업체 ㄷ사는 대형빌딩 저수조를 청소한 업체로부터 수질 검사를 의뢰받아 수질 검사를 했는데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그러자 ㄷ사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놓은 ‘분석팀’의 팀장이 영업팀 직원들과 회사 고위간부들로부터 ‘부적합’을 ‘적합’으로 바꾸라는 압력을 받았다. 영업팀은 지하수 개발업자, 대형빌딩·아파트·백화점 등의 저수조 청소업체, 지자체 상하수도 사업소 등 수질 검사 의뢰인들로부터 수질검사 ‘영업’을 따와야 한다. ‘영업’을 위해 ‘정직한 검사 결과’는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일보다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ㄷ사의 검사 결과는 2주가 지난 뒤 ‘적합’으로 바뀌어 의뢰업체에게 전달됐다.

이처럼 먹는 물 수질검사 결과를 의뢰인의 입맛에 맞게 마구잡이로 조작한 수질검사업체들과 공무원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 신성식)와 환경부 감사관실 중앙환경사범수사단,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월부터 7개월 동안 먹는 물 수질 검사 업체 대해 합동단속을 실시한 결과, 수질검사 업체 5곳에서 1만5200여건의 수질검사 결과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수질검사업체 ㄱ사의 상무 조아무개(40)씨 등 8명을 먹는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1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ㄱ사 등 법인 2곳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적발된 5개 업체는 수질검사 업계 선두권에 있는 업체들이다. 이 5개 업체는 지난해 서울과 경기도 전체 수질검사 건수 26만1935건 중 과반이 훌쩍 넘는 67%에 해당하는 수질 검사를 담당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수도권 내 많은 수질검사를 담당한 ㄱ업체가 검사결과를 수시로 조작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ㄱ사 수사과정에서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수법으로 수질검사 조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4개 업체로 수사를 확대했다. 환경부의 지정을 받은 수질검사 업체는 전국에 74곳(수도권 30곳)이 있다.

합동 단속 결과, 조씨 등은 201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질 검사 과정에서 1만5200여건의 허위 검사성적서를 발급해 관할 관청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ㄱ사처럼 유기인 검사를 하지 않고 검사결과를 ‘불검출’로 나오게 하는 수법이 1만3100여건, ㄴ사처럼 검사 대상 물이 아닌 다른 물을 시료로 사용하거나, 검사대상 물에 수돗물을 섞어 희석한 후 검사하는 등의 수법이 230여건, ㄷ사처럼 영업팀과 회사고위 간부들의 압력으로 검사결과를 ‘부적합’에서 ‘적합’으로 조작한 수법이 2320여건 등으로 드러났다. 또 10여년 동안 상수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이 수질업체들을 관리감독해야할 강원도 한 군청 소속 공무원 이아무개(49)씨도 조씨 등에게 마을 상수도 등의 수질검사 1093건을 조작해 줄 것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허위발급된 검사성적서 1만5200여건 중 55%가 지하수였고, 상수도는 37%, 저수조와 생수는 각각 7%와 1%였다. 시중에 생수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 음료업체 6곳도 이 업체들에 수질검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적발된 업체 5곳 중 2곳에 대해 수질검사업체 지정을 취소했다. 나머지 2곳은 지정 취소를 위해 업체의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를 진행중이고, 1곳은 검찰 추가 수사 후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질검사 업체들끼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의뢰 업체가 원하는 검사 결과를 제공하거나 비용을 할인하는 방식의 영업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온 경우 그 결과를 그대로 의뢰업체에게 전달하면 의뢰업체가 “다른 업체는 적합으로 잘 나오게 해주는데 당신네 회사는 왜 그렇게 빡빡하게 하냐”며 업체를 변경해버려 수질검사업체들에는 영업팀이 원하는대로 분석결과를 내주는 분위기가 관행처럼 형성돼있다고 한다. 의뢰 업체가 수질검사 업체를 변경하면 수질검사 업체 입장에서는 거래처를 잃게 돼 ‘검사의 정확성‘을 경시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의뢰 업체와 수질검사 업체의 자율경쟁체제에 맡겨놔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 “검사 업체 선정을 지자체장이 관리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경부는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수질검사 업체의 재신청 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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