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결혼을 하면 그 해 연말정산 때 최대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신혼부부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우대금리가 0.2%포인트 오른다. 올해 출생아 수가 40만명대를 간신히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부랴부랴 저출산 대책을 새로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청년층이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주된 원인인 주거와 일자리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저출산 추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이런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포함시켰다. 지난 연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하고 올해 8월 저출산 보완대책(난임지원 확대)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다시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올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보건복지부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출생아 수는 40만7천명이 될 것으로 추정 전망됐다. 지난해 출생아 수(43만8천명)보다 3만명가량 감소했을뿐 아니라, 기존 역대 최저치(2005년 43만5천명)를 갈아치우게 되는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태어난 34만9천명에다 11월~12월 출생아 추계를 더한 숫자다. 올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도 1.18명으로 2005년 1.08명(역대 최저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망됐다.
이번에 나온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혼인비용 세액공제 신설’이다. 총급여 7천만원 이하 근로자가 결혼이나 재혼을 하면 1인당 50만원, 맞벌이 부부의 경우 100만원까지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2월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내년 1월1일 이후 혼인신고한 경우부터 소급 적용해주기로 했다. 이는 중간 소득 이하 계층에서 혼인률이 낮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데 따른 조처다. 기획재정부는 “20~30대 남성의 임금수준별 기혼자 비율을 보면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는 82.5%에 이르지만 1분위는 6.9%에 그친다”며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책은 있지만 혼인 자체에 대한 지원은 없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내년 1분기부터 신혼부부의 전셋집 마련을 돕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을 새로 받는 신혼가구에게 우대금리를 현재 0.5%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올려서 적용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출금리가 현재 연 1.8~2.4%에서 1.6~2.2%로 낮아진다. 6천만원 대출이 있는 가구의 경우, 연간 12만원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결혼·출산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전수조사해, 현재 3자녀 이상 가구 중심으로 돼 있는 다자녀 혜택을 2자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저출산 대책이 ‘백화점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의식해, 저출산 관련 재정사업에 대한 심층평가를 실시해 2018년 예산안부터는 지출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결혼비용에 대한 세제혜택 등의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결혼과 출산을 늘리는 정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혼인세액공제나 2자녀 혜택, 저출산 관련 재정사업 평가 등은 지난해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담겼어야 하는데 출생아 수 40만명선 붕괴를 앞둔 시점에서야 시행되는 것은 뒤늦은 감이 크다”며 “앞으로 저출산 대책은 청년 고용과 주거안정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실효를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주거운동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 대책은 전세물량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데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우대하는 식으로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공공임대주택도 신혼부부인데 원룸 물량을 공급한다거나 도시 인프라가 안깔린 곳으로 들어가라는 식이어서 실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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