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 이규철 특검보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5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문체부 인사 조처의 부당성을 조사하다 보니 해당 인사가 단순히 진행된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당 인사 조처가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관계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실·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실·국장 6명 가운데 3명은 실제 공직을 떠났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거론한 문체부 간부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시에 반발하다 부당한 사표 요구를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대변인실을 통해 “특검이 조속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2시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 차관은 2014년 10월부터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건전콘텐츠 티에프(TF)팀’ 팀장을 맡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총괄 담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검팀은 6일 오후 2시에는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다. 모 대사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2013~2014년)으로 재직할 당시 정무수석실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가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수사 대상이 명확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 특검보는 “특검법은 현 정부 공무원들이 최순실씨 등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고 관련 공무원을 불법적으로 인사 조처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는 이 과정에서 새로 인지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진수(59)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두 회사 합병을 앞두고 복지부 공무원들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과 전자우편으로 합병을 논의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조만간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을 잇따라 불러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김정필 노형석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