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누리집 메인 화면 갈무리
온라인에서 사회과학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을 운영하는 이진영(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탄압저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6일 보도자료를 내어 “‘노동자의 책’에 대한 사상의 자유 탄압을 중단하고 이진영을 당장 석방하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구속 사유인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해 “이진영 대표가 어떤 것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활동해왔다”며 “무엇이 두려워 도주와 증거인멸을 한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또 이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7조5항의 ‘이적표현물 판매’ 혐의에 대해 “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는 북한과 관련된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이란 말이냐”라고 비판했다.
앞서 4일 서울남부지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보면, “이씨가 한국철도공사라는 국영기업체 직원임에도 신분을 망각하고 사회변혁 활동에만 전념하면서 학생과 일반인에게까지도 의식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한국철도공사의 영향력이 매우 높아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할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또 구속사유에 대해 “청소년, 학생이나 이씨가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의 책’ 회원을 포함한 다른 국민들에 대해 계속적인 의식화 시도가 예상되며, 이를 조기 차단할 필요성이 대단히 크다“라며 “특히,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학생과 일반 네티즌들에게 이씨가 게시·반포한 이적표현물들이 지속적으로 유포되게 방관하는 것은 우리사회에 끼칠 해악이 너무도 크므로 조속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적표현물 사범은 관용적 처분을 자신에게 주어진 성찰의 기회가 아닌 ‘허용’으로 오해하고 더 노골적이고 수위가 높은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를 예방하고 안보위해 활동의 사회적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일정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변호인인 ‘민주화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종보 변호사는 “이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회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건전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지금은 구하기 힘든 1980~1990년대의 책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책’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것”이라며 “자유민주사회라면 이런 소통과 토론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사상의 획일화를 강요하는 공안통치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동자의 책’은 전국철도노조 대의원인 이씨가 1980~1990년대의 사회주의나 노동운동 등 각종 사회과학 서적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전자도서관이다(홈페이지 http://www.laborsbook.org).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강철서신>이나 <노동해방문학> 등 3900여권에 이르는 책과 잡지 등을 소장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이진영 대표가 ‘노동자의 책’ 회원들로부터 받는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 사비를 들여가면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진보적인 사회과학을 보급했다”며 “국가보안법은 바로 노동자 민중이 진보적 사회과학을 접하는 것 자체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 규정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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