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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0살이냐, 65살이냐…5년째 그것이 문제로다

등록 2017-01-08 18:56수정 2017-01-08 23:56

[이슈포커스] ‘뜨거운 감자’ 노인연령 올리기
정부, 올하반기 사회적 논의 추진 발표
조정땐 노인비중↓ 생산인구비중은↑
기초연금 등 노인 복지부담도 줄어
노년빈곤 심각해 복지감소 반발 크고
국민연금 수급연령 조정 등 쉽지않아
시민단체 “고령자 일자리 등 선결돼야”
정부가 65살 이상인 노인연령 기준을 70살 이상으로 올리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올해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5년 전 추진을 밝힌 이래 진전 없이 공회전만 거듭해온 ‘뜨거운 감자’를 다시 꺼낸 속내는 뭘까?

■단골 발표 ‘노인 나이 올리기’, 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노인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기재부는 2012년 ‘중장기 전략보고서’를 내면서도 노인기준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어 2015년 나온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에도 이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근거로는 우선 평균수명 연장과 70대로 늦춰진 실제 은퇴연령(72.1살) 등이 거론된다. 현재 유엔(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노인 기준은 65살이다. 1889년 세계 최초로 독일이 노령연금을 도입하면서 수급연령을 65살로 정한 데서 비롯됐다. 국내에선 인구추계가 시작된 1964년에 65살이란 기준이 생겼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계청이 기대수명을 추계하기 시작한 1970년 당시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62.3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출생아는 82.1살로 높아졌다. 더 이상 65살이라는 노인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 정부도 노인연령을 65살에서 70살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기재부는 앞서 2012년 발표 때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대응 방안(적정인구 관리 방안)이라는 좀더 직접적인 이유를 댔다. “2060년이 되면 인구 10명당 4명이 노인이 되고 ‘1대1 부양시대’에 진입”하는 인구전망을 감안할 때, “노인 기준을 70살이나 75살로 상향 조정할 경우, 인구구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70살로 올릴 경우, 2050년 노인인구 비중이 37.4%에서 29.7%로 낮아지는 반면 생산인구 비중은 52.7%에서 60.3%로 높아진다는 전망치도 제시됐다. 정부로선 갈수록 일할 사람이 줄고 부양인구는 늘어나는 고령화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노인 기준을 바꾸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파르게 증가할 복지지출 부담을 덜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 의뢰로 작성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인복지정책의 발전 방향’ 보고서(2016년 발간)를 보면,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 23명 중 대다수도 최근 노인연령 기준을 둘러싼 논의 배경으로 ‘노인의 건강상태 개선 등 특징변화’(4.3%)나 ‘노인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4.3%)보다는 ‘노인규모 증대에 따른 복지부담’(91.3%)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경우 현재처럼 수급 연령을 65살로 유지하면 2024년에 수급자가 2014년보다 218만5천명(50.2%) 증가하는 반면 70살 이상으로 올리면 32만3천명(7.4%)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표적 경로우대 정책인 지하철 무임승차(65살 이상) 이용자도 현재 기준대로라면 2024년에 393만5천명이지만 70살로 올리면 228만3천명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기준으로는 289만6천명이어서 현재보다도 줄어드는 셈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번 보고서를 향후 노인연령 기준 조정 논의 때 활용할 방침이다.

■선결 과제 해결 없인 추진 어려워 하지만 노인기준 검토 방침이 나올 때마다 논란이 증폭되면서 정부는 오히려 5년 전보다 더 신중한 태도다. “노인빈곤이 심각한데 복지를 더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의식한 탓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노인 기준을 높이자는 말 대신 ‘노인연령 기준 재정립’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쓰고 있다. 복지부 담당자도 “노인연령을 올리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노인관련 통계를 낼 때 사용하는 연령기준을 먼저 올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당장 노인복지 적용 대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을 건드리는 대신 사회적 논의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를 바탕으로 <한겨레>가 분석해보니, 노인 나이를 70살로 올리면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 비중 20% 이상) 진입 시점을 2025년(65살 기준시)에서 2034년으로 9년정도 늦출 수 있다.

실제 노인연령 기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올릴 것인지 각론으로 들어가면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가장 주된 노후 소득원인 국민연금 수급연령 기준은 현재 61살이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한살씩 올라가 2033년 이후 65살이 된다. 연령기준을 상향조정하는 계획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다 현재도 법적 정년(60살)과 연금수급 개시연령(61살) 간 공백이 있는 상황이어서, 수급연령만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다. 정년 연장과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는데, 올해부터 모든 사업장에 60살 정년이 시작되는 단계라 당장은 추진이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보사연 보고서는 “(OECD가 견지하고 있는) 기존 65살 이상 노인 정의는 통계산출을 위한 기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정책대상자로서) 노인의 연령을 일괄 조정하는 방법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기초연금은 장래 노인인구 변화와 재정소요 전망 등을 고려해 급여수준을 조정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의 경우, 지하철이 운영되는 지역 노인에만 적용 제도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대상 연령의 상향조정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인정책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대해서는 기존 방안을 이행하는 데 주력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논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일단 상반기 중에 각 부처별로 연령기준 조정이 필요한 정책과제를 추린 뒤, 하반기에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노인연령 기준 논의는 개별 정책별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노인은 물론이고 미래 노인이 될 중장년층의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현장의 요구에 따라, 연령기준이 바뀐 사례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의 대상 연령은 올해부터 종전 64살에서 69살로 상한 연령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번에 실업급여 수급기준도 검토한다고 했는데, 현재는 신규취업 기준으로 65살 이상 노인은 적용이 되지 않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장기적으로 노인 기준은 상향조정될 필요가 있지만 고령자에게 일자리와 그에 따른 소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해줘야 한다”고 전제한 뒤 “노인을 대변하는 집단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추진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친정부 성향의 대한노인회가 노인연령 상향 조정에 대한 공론화를 요청하면서 정부 쪽 손을 들어줬지만, 전체 노인을 대변하는 단체로 보기는 어렵다. 노년유니온이나 노후희망유니온 등 최근 몇년새 생겨난 노인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 일부는 노인으로 사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기 노인과 후기 노인을 구분해서 정책 접근을 달리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일본도 2008년 장수의료제도를 도입하면서 75살 이상 노인만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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