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앞두고 정의당 당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범정부 차원에서 도와주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 쪽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이르면 이번주말께 청구할 예정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 여부는 늦어도 14일이나 15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9시3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출석해 22시간 넘는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전 7시50분 귀가했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될 혐의는 현재로서는 뇌물공여 및 (청문회) 위증을 주된 혐의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 쪽의 부탁을 받고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는 과정에 개입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대한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지시 및 보고를 받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들 3명의 진술에 비춰 볼 때 이 부회장의 진술 일부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쪽은 애초 검찰 수사에서는 정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하다가, 특검팀 조사 때는 박 대통령 쪽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 실장과 장 차장, 박 사장 등 3명의 신병 처리도 이 부회장과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
이 특검보는 기업 경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우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뿐 그런 부분은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덴마크에서 구금된 정유라씨의 국내 송환 여부는 이달 말께 결정될 전망이다. 이 특검보는 이날 “덴마크 검찰이 정씨의 범죄인 인도청구와 관련해 다음주 말까지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특검팀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덴마크 검찰의 정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이달 마지막 주에는 정씨의 송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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