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 주변에 모여 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투신사망한 박사모 회원의 분향소를 이곳에 설치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세월호 분향소부터 철거하라.”
3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들이 고성을 내질렀다. 지난 2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조아무개(62)씨 분향소 설치를 두고 서울시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이었다. 서울시의 조씨 분향소 설치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31일 이들은 조씨의 분향소 설치를 강행했다. 탄기국은 이미 지난 21일 서울광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에 텐트 40개를 치면서도 ‘세월호’를 문제 삼았다.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텐트를 철거하면 우리도 시청 앞 텐트를 자진 철거하겠다’는 주장이다.
보수단체들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텐트’를 공격대상으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8월, ‘정의로운 시민행동’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종로경찰서는 아직 이 고발 건을 수사 중이다. 전날 서울시가 ‘조씨 분향소 설치 불가’ 입장을 밝히자 탄기국은 곧장 ‘세월호 천막/분향소부터 철거하라’는 성명을 냈고, 회원들에게는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총동원 대기령’까지 내렸다. 탄기국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과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는 한, 서울광장의 분향소 설치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철거)까지 검토하고 있다. 강태웅 서울시 대변인은 31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설치한 단체에 천막을 자진 철거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계속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계고까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은 신고제로 운영된다. 탄기국은 천막과 분향소 설치를 사전에 서울시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강 대변인은 “과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경우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장 2번과 세월호 참사 등 3번으로 모두 중앙정부가 전국 지자체에 설치를 요청했을 때”라며 “탄기국의 분향소 설치는 서울광장 이용 목적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신고한다 해도 수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합법적으로 광장 사용을 신청한 이들이 탄기국의 불법점거로 인해 광장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서울시가 탄기국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까지 고민하는 이유다.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 대해서도 서울시 담당자는 “당시 안전행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전국민적인 애도 속에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해 설치하게 된 것”이라며 “탄기국의 분향소·텐트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준호 원낙연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