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었던 지난달 28일 탄기국은 “내일(29일) 시청 앞 애국 캠프에 설날 떡국 1000인분을 준비합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하루 전인 28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합동차례 및 떡국나눔행사’가 있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태극기집회’가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해 11월19일 처음 시작된 이 집회는 자신들보다 앞서 성공한 집회인 ‘촛불집회’를 충실히 모방하고 있다. 촛불집회의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인 셈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50여개의 보수단체가 설립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탄기국방송을 만들어 주말 태극기 집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일찍이 보수집회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집회에서의 발언은 촛불집회의 ‘사이다 발언 모음’처럼 따로 유통되기도 한다. “간첩세력들과 촛불폭도들의 내란 선동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바라만 볼 수 없어 자비를 들여 호주에서 날아왔다”(‘호주에서 온 애국청년’ 손아무개씨), “왜곡 방송하는 종편과 전교조, (박 대통령을) 조사도 하지 않고 공범으로 내모는 검찰과 특검, 그리고 국회는 해산하라”(‘20살 대학생’ 백아무개씨) 등이 대표적이다.
집회 이름도 비슷하다.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지난해 12월31일 집회를 ‘송박영신’(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이라고 이름짓자, 탄기국은 자신들의 집회를 ‘송화영태’(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음)로 명명했다. 당초 이 집회의 이름은 ‘2017 승리를 위한 송구영신 태극기 집회’였다.
이들이 보수 쪽 행사에선 보기 드문 행진을 하는 것도 촛불집회의 영향으로 보인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박사모 카페에 쓴 ‘이기고 싶습니까, 지고 싶습니까’라는 글에서 “‘행진’은 우파 최초의 행동전술”이라고 표현했다.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이 ‘서울 집중 집회’를 위해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모여드는 것도 촛불 따라하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박사모 인터넷 카페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국민수호 유럽연대가 결성되고 태극기집회가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왔는데, 이 역시 지난해 11월 10여개국 30여개 도시에서 있었던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의 박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급조된 ‘패스트팔로어’ 전략은 무리수를 낳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모차 부대가 자발적 시민의 표상이 되자 탄기국은 지난 3일 “4일 태극기 집회에 사상 최대의 유모차 부대 집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막상 당일엔 겨우 몇 대 나오는 데 그쳤다. 탄기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집회를 안 해봐서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남 박수진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