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나눔과나눔’은 지난달 말 3년 동안 둥지를 틀었던 서울 마포구 망원동을 떠났다. 마을예술창작소 ‘릴라’ 사무실에 월 10만원만 내며 함께 지냈었는데, 건물주가 월세를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리자 릴라가 사무실을 옮겼기 때문이다. 나눔과나눔은 아현동에서 저렴한 월세 35만원짜리 사무실을 어렵게 찾아내 새 터를 잡았다.
망원동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시내 중심과 가까워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들이 많았다. 최근 이태원 인기 상권 ‘경리단길’ 이름을 따 ‘망리단길’로 불릴 정도로 망원동 상권이 활성화되자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시민단체들이 망원동을 뜨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반 상점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닌 것이다.
지난 2008년 서대문에서 망원동으로 옮겨온 반전평화주의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도 오는 4월 계약이 만료되면 은평구로 이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월세 10만원이 오른데다 건물주가 올해 또 월세를 10만원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용석 활동가는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좀더 저렴하고 지하철 3호선도 있어 교통여건이 괜찮은 은평구에 사무실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망원동 상가 임대료는 2012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14%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상승폭이 22.1%에 달했다. 인근지역의 지난해 전년대비 상승폭은 성산동 17.3%, 상수동 17.0%, 합정동 8.2%, 연남동 1.0% 등이었다.
이용석 활동가는 “이전에는 망원동으로 이사 오던 주변 활동가들도 더 이상 이곳으로 오지 않고 은평구로 가고 있다.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더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망원동을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사무국장은 “시민단체 활동엔 지역 주민들과 교류가 중요하다. 망원동에는 자생적 마을공동체인 성미산마을이 있어서 활동에 도움이 됐다. 시민단체들이 이 곳에 모였던 이유“라고 말했다.
월 10만원은 시민단체들에겐 큰 돈이다. 박 사무국장은 “규모가 작은 시민단체들에게 10만원은 회원 10명과 같은 의미다. 소규모 월 후원금에서 10만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다. 체감적으로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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