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박근헤 대통령 퇴진과 특검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다시 100만이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은 지난 25일,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쪽 대리인단의 재판부 무시가 도를 넘고 있고, 특검 수사 기간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장할 뜻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분노가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았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1차 수사 종료를 각각 이틀, 사흘 앞두고 열린 17차 촛불집회에 서울 광화문광장 100만명, 광주와 부산 각각 4만명과 2만5000명 등 전국적으로 107만명(‘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추산)이 모였다.
아내와 함께 촛불을 든 홍아무개(67)씨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재판부를 조롱하는 것도 모자라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 선동까지 하고 있다. 이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불난 민심에 기름붓는 짓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태에 화가 나 광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중학생·초등학생 두 딸, 아내와 함께 나온 이상호(49)씨는 “헌재 심판 시간끌기를 넘어 불복종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런 행태를 보이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과연 법조인이 맞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헌재는 흔들림없이 예정대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회사원 김영욱(34)씨는 “황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 임명된 권력에 불과한데 마치 대통령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어 보기 민망하다. 국민들 분노하게 하는 대통령 코스프레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반대 집회의 거짓주장 때문에 이날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최명국(48)씨는 “탄핵반대 집회를 하며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거짓뉴스 유포, 특검 수사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 등의 억지를 당장 그만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50분께 소등행사로 촛불이 꺼지자 광화문광장 옆 정부서울청사 건물 정면에는 ‘박근혜 구속’, ‘특검 연장’, ‘황교안 퇴진’이라는 글귀가 레이저로 선명하게 그려졌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붉은색 한지로 싸인 촛불을 일제히 들어올리는 ‘레드카드’(퇴장) 퍼포먼스를 벌이며 “박근혜를 탄핵하라. 특검을 연장하라. 황교안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치권에 대한 일침도 이어졌다. 3살 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윤아무개(40)씨는 “국민이 원하는 건 단지 대통령 한 명 바뀌는 게 아니라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선거에만 몰두하지 말고 촛불민심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와 헌재, 한화·롯데·SK 재벌 본사가 있는 을지로 등 세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 방면 행진에는 횃불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퇴진행동은 3.1절인 다음달 1일에도 18차 촛불집회를 대규모로 열 계획이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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