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뺑소니범을 추격해 붙잡은 공로로 표창장을 받았던 30대 남성이 4억원대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실제로는 아무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로 지인 14명으로부터 4억4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이아무개(32)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직장이 없는 이씨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지인들에게 중국에서 금을 싸게 수입해오는 사업을 하는 데 돈이 부족하다, 사업상 급전이 필요하다 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 이씨는 지인들로부터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을 빌려 인터넷 스포츠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피해자들은 이씨가 돈을 갚기로 한 시점이 됐음에도 휴대전화기를 꺼놓고 잠적하자 잇따라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씨는 지난 1월 강남역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달아난 뺑소니 차량을 쫓아가 경찰의 검거를 도와 표창장을 받은 일이 있다. 추격 과정에서 이씨의 아우디 승용차가 파손돼 수리비로 1500만원을 쓰게 됐지만, 포상금을 유족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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