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시민들 200여명 모여 탄핵선고 방송 지켜봐
“국민들 염원 반영된 날” 눈물…아침일찍 전주서 올라오기도
“수고했다”며 가래떡 나누고, 태극기 나눠주기도
“국민들 염원 반영된 날” 눈물…아침일찍 전주서 올라오기도
“수고했다”며 가래떡 나누고, 태극기 나눠주기도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순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환영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10일 오전 11시21분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 선고가 내려지자 광화문광장의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직장인 최정자(39)씨는 “정의가 이뤄진거 같아 가슴이 벅차다. 대한민국이 밝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선고 전에 앞 부분에서 탄핵 사유 안 된다는 내용들이 나올 때 불안감이 있었는데 정말로 기쁘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김수기(57)씨는 “너무 당연한 선고라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터질듯이 기쁘다. 국민들 염원이 이렇게 반영될 수 있는 날이 있었나 싶다.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걸 시민의 힘으로 해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최종 선고가 나오기 전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헌재가 상당히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서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오정희(61)씨는 “대한민국 만세!”를 연신 외쳤다. 오씨는 “감개무량하다. 박근혜 탄핵을 이끈 촛불 시민들한테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대한민국에 살았던 게 너무 후회됐는데, 이번 결과로 대한민국이 살아있다는 가치가 느껴진다”면서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전주에서 온 송아무개(71)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송씨는 “특검에서 조사해서 죄가 있으니까 헌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했을 것 아닌가”라며 “광화문에서 촛불시민들과 함께 기쁜 날 보내고 싶어 아침부터 서둘렀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시민들이 헌재의 탄핵선고 시작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집회일정이 따로 잡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헌재의 탄핵심판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탄핵심판 선고 시간이 임박하자 시민들의 수는 계속 불어나 2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들의 표정에는 탄핵선고에 대한 기대감과 초조함이 교차했다. 하지만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입에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배했다”, “피청구인의 행위는 국민 신뢰를 위반한 것으로 중대한 법 위배행위”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등의 말이 나올 때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환성이 터져나왔다.
탄핵인용 선고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은 가래떡을 나누며 자축했다. 태극기를 나눠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태극기 1000개를 가지고 나왔다는 백은종(64)씨는 “태극기는 일제 때 임시정부부터 시작된 것이다. 친박단체들이 들고나온다고 멀리해선 안 된다. 노란 리본도 달 필요없이 우리나라의 상징인 태극기 그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남 박수진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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