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별사면 등 대가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의혹
뇌물공여 피의자 전환 가능성 있어
2003년·2012년 이어 세번째 재판받을 처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 의혹
뇌물공여 피의자 전환 가능성 있어
2003년·2012년 이어 세번째 재판받을 처지
검찰이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최태원(57)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을 불러 13시간 넘게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오는 21일 예정된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 이후 최 회장의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지난 18일 오후 2시 최 회장을 불러 에스케이 쪽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설립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에 낸 총 111억원의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는지 집중 조사했다. 최 회장은 이튿날 새벽 3시30분 귀가했다.
검찰은 2015년 8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공식 발표 사흘 전 교도소에서 ‘사면해주면 경제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 이는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취지의 박 전 대통령 쪽 요구를 최 회장이 전달받고 이를 수용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14일 출소했으며, 에스케이 쪽은 같은해 10월과 지난해 1월 각각 설립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68억원, 43억원씩을 냈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특별사면 외에도 면세점 사업권 등 에스케이 쪽의 여러 경영 현안과 재단 출연금이 대가 관계에 있는지 캐물었다. 검찰은 2015년 7월 김창근 당시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지난해 2월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각각 단독 면담할 때 부정한 청탁과 금전 지원에 대한 약속이 있었는지도 조사했다. 최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특별사면 과정은 전혀 몰랐으며, 재단 출연금에도 대가 관계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일단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사흘 앞두고 최 회장을 서둘러 부른 것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에스케이 쪽의 재단 출연금을 포함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최 회장은 뇌물공여 피의자가 된다. 검찰 관계자는 “에스케이는 박 전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거래한 흔적이 많다. 다른 기업들도 출연금의 성격을 면밀히 따져 대가성이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수뢰 액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3년 에스케이(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2012년에는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모두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검찰은 대기업 뇌물공여 수사와 관련해 19일 오전 10시 장선욱(59)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롯데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롯데는 관세청의 면세점 신규 사업대상자 선정 발표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으며, 이후 케이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검찰의 신 회장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았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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