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 20분에 이르는 조사를 받은 뒤 22일 아침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지지자들과 마중나온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지지자들을 보고 웃으면서 귀가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박 전 대통령이 21시간20분의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 7시6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다.
자택 앞 이면도로 양쪽 인도에는 지지자들 100여명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전날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 안에서 웃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또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며 박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일부 지지자는 “청와대 업무복귀 환영”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전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이 검찰로 출발한 뒤 격앙되고 망연자실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지지자들의 분위기는 밝았다.
자택 앞에서 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던 최경환·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서청원 의원 부인 이선화씨 등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왜 나오셨나. 안 오셔도 되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두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도 있었지만,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가기까지 30초 동안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아무 메시지 없이 경호원들이 열어준 자택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은 별다른 일없이 고요해졌다. 경찰은 전날 설치한 철제 펜스를 모두 철거했다. 지지자는 10여명만 남아있다가 오후가 되자 3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이따금씩 태극기를 흔들거나 바닥에 앉아 있곤 했다. 경호원들과 집사가 자택을 드나들었고, 일부 경호원들은 검은색 가방을 들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대구에서 왔다는 강아무개(63)씨가 위로의 편지라며 가져온 편지를 경호원이 받아서 자택으로 가지고 들어가기도 했다. 또 충남 부여에서 온 ‘박근혜 대통령님께‘라고 적힌 서류봉투를 경호원이 경찰로부터 건네받아 자택으로 가지고 들어가기도 했고,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은 우편물이 배달되기도 했다.
전날까지 8일 동안 매일 아침 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 출근했던 ‘올림머리‘ 정송주씨 자매의 모습은 이날 보이지 않았다.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은 오전 8시21분께 자택을 나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한편, 이날 전 8시 20분께부터 40여분 동안 자택과 운동장이 맞닿아있는 삼릉초등학교 후문이 개방됐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온 12일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닫아놨던 후문을 열흘만에 개방한 것이다. 학생들이 후문을 통해 등교했고,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경찰관들이 학생들의 등교를 도왔다. 그러나 이 학교 녹색어머니회에서는 통행이 여전히 불편하다고 경찰과 취재진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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