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ㄱ씨가 자신의 자동차에 대통령후보 ㄴ의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면 선거법 위반일까? 답은 ‘그렇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원만’ 자동차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미국인들이 힐러리나 트럼프의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집 앞에 현수막을 걸었던 광경과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ㄱ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ㄴ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쓴다면? 2011년까지 일반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선거운동은 금지됐지만,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으로 2012년부터는 이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지 않는다. 만일 공무원인 ㄷ씨가 이런 글을 쓴다면?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만일 공무원 ㄷ씨가 ㄴ씨가 쓴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면? 선관위는 이 역시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총선에서 예비후보자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공무원들이 선관위로부터 무더기로 경고를 받는 일이 있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선거는 처참할 정도의 무질서와 부정으로 넘쳐났다. 표를 위한 향응이나 금품 제공이 다반사였고, 차떼기 조직동원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횡행했다.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 선거법을 최대한 엄격하고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실제로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즈음 유권자들의 말할 자유를 사실상 봉쇄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2005년 즈음까지는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를 여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이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선거기간 동안 조용히 지내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정치와 유권자들은 많이 변화했다. 더 이상 엄격한 규제를 통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그럼에도 규제 일변도의 공직선거법 조항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보니,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손과 발이 묶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실명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그에 따라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글을 쓰는 것은 제한없이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는 인터넷실명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유독 선거기간에는 ‘본인확인’을 거쳐야만 글을 쓸 수 있다. 당황스러운 것은 정작 사람들이 많이 쓰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아 이곳에 익명으로 글을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국내사이트에는 실명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후보자비방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 조문은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과 ‘비방’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모호한 데다,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말하거나, 풍자적으로 후보자를 표현해도 이 조항으로 처벌될 수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5명은 후보자비방죄가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지만, 아직까지 이 조문은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도 선거 때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다가 수사기관에 불려가고, 처벌을 받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하면 늦다. 법을 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민감한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이 끝나는대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빨리 이루어져야 그간 문제로 지적되어 온 조문들을 손볼 수 있다. 후보자 뿐 아니라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활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려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꼭 필요한 규제들만 남기고, 전체적으로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 하나. 우리나라는 만 18살이 되면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지우면서, 유독 투표할 권리는 19살이 되어야 준다. 선거연령을 18살로 낮추는 것까지 포함해 선거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정민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