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9일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김현웅 검찰총장 퇴임식이 끝난 뒤 검찰간부들이 법무부 건물앞에서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맨 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보인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소극적인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이 사건이 법무부를 장악한 검찰의 ‘친정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불법성에 대한 수사 요구도 커지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론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법무부 탈검찰화와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이 법무부와 검찰 두 기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법무부가 검찰에 장악당하면서 고유 업무인 검찰 관리·감독과 인권침해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사건도 검찰과 법무부가 사실상 ‘한 몸’이어서, 감시·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현재 법무부 65개 보직 가운데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자리가 22곳(34%)이고, 또 다른 11개 보직도 검사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검사들은 ‘검찰-법무부 순환 보직제’를 이용해 법무부의 요직을 차지하며 근무했다가 다시 검찰로 돌아가는 ‘검찰 친정체제’를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수사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신 검찰의 잘못된 수사나 고위층의 비위를 감싸왔다. 반대로 검찰 엘리트들은 법무부 검사들을 통해 자신들의 인사에 관여하고 예산 등을 확보하는 대외 창구로 활용해왔다.
법무행정이 범죄 수사에 특화된 검찰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범죄예방이나 인권보호, 외국인 보호 문제 같은 정책들이 겉돌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창익 변호사는 “‘돈봉투 만찬 사건’은 법무부·검찰의 유착으로 두 기관 사이의 윤리 의식 부재, 법무부의 견제·감독 기능 상실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라며 “이번 기회에 법무부에는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이 국민들에게는 공수처의 필요성을 각인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감찰이 이뤄진다고 해도 검찰 내 가장 막강한 ‘빅2’ 보직을 지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을 이끌며 직접 ‘국정농단’ 사건을 지휘한 당사자이고, ‘우병우 라인’으로 불려온 안 국장 역시 그동안 검찰의 인사·예산권을 쥐고 있던 핵심 실세였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서 이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거나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든 수준이다. 감찰 결과가부실하면 자연스럽게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공수처 설치에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공수처 신설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제가 왈가왈부할 사안을 뛰어넘는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검찰 개혁에 대한 거센 요구를 정치권에서도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공수처 신설이 매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경찰이 맡기 적절치 않은 수사와 고위공직자비리 수사 기능을 아울러서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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