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009년 7월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임식이 끝난 뒤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소수 의견’의 중요성을 잘 아는 로맨티스트 법학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오래 교류해온 한 법률가는 11일 “문재인 정부에 딱 맞는 인사”라며 안 후보자를 이렇게 평했다. 평생 학생들을 가르쳐온 법학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 후보자와 가까운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무엇을 바라는지를 그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안 후보자는 지난 4월에 나온 공저 <그래요 문재인>에서 검찰을 ‘정권의 충실한 시녀’라고 부르면서 “아직도 손대지 못한 사법개혁의 핵심 의제가 검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체적인 검찰개혁의 과제로는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의 설치, 특별검사·특별감찰관의 효과적 운영 등을 꼽았다. “검찰개혁에 관한 한 문 대통령과 싱크로율 100%일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안 후보자가 ‘고시 합격’이 아니라 ‘헌법’, 특히 소수 의견의 매력에 이끌려 법학도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안 후보자는 정년 퇴임한 뒤 ‘위대한 반대자’ 윌리엄 더글러스 미국 연방대법관의 평전을 내면서, 그가 자신을 법학의 길로 이끌었다고 적었다. 그는 또 1990년대 참여연대의 모태가 된 참여사회연구소 설립 때도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처럼 학문적 영역이나 활동에서 진보적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면서도, 보수지 <조선일보>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는 과거 여러 직책을 맡았을 때 부드럽고 합리적인 일 처리를 통해 성과를 냈다는 평을 듣는다. 그가 국가인권위원장일 때 상임위원으로 1년6개월을 함께 일한 유남영 변호사는 “개혁적이면서 풍부한 교양을 갖추었고, 일 처리를 굉장히 안정적으로 하면서도 대통령에게 그때그때 지적과 건의를 할 수 있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2009년 7월 국가인권위원장 임기 만료를 4개월가량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인권 의지를 비판하면서 사퇴하는 등 강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사이에서 ‘가교’ 노릇을 할 조국 민정수석과는 오랜 기간 “동료 교수 이상으로 가깝게”(두 사람을 잘 아는 변호사) 지냈다.
그를 맞는 검찰의 시선도 차갑지는 않다. 수사와 재판 등 검찰 실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인사위원회(2004년) 경험 등이 있는 만큼 검찰을 적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검사장급 인사는 “그래도 부드러운 분이 돼서 다행”이라고 했고, 다른 검찰 관계자는 “학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은 국가인권위원장을 해서 행정 경험이 있으니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69)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명예교수 △제4대 국가인권위원장
강희철 박수지 기자
hc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