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주화 씨와 백도라지 씨. 정용일 기자
15일 서울대병원, 사망진단 ‘외인사’ 수정
투쟁본부 “백선하, 의료계에서 추방돼야”
투쟁본부 “백선하, 의료계에서 추방돼야”
15일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다고 발표하자 백 농민의 장녀 도라지(35)씨는 “지금이라도 사인이 정정돼 다행이다. 다음주 초쯤 사망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9개월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사인이 정정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망신고도 미뤄두고 있었는데 사망진단서를 떼 다음주 초쯤 사망신고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병사’로 기재된 사망진단서를 가지고 사망신고를 하면 사인이 그대로 굳어져버릴까봐 염려해 사망신고를 미뤄왔다. 앞서 지난 1월 유족들이 서울대병원과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9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은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백씨는 “사인이 정정되긴 했지만 저희가 입은 피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사망원인을 왜 병사로 기재하게 되었는지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백선하 교수와 서창석 병원장은 유족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응분의 처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으며, 마땅히 의료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정정에 대한 백남기 투쟁본부 입장
1. 너무나 당연한 일이 너무 늦게 이뤄졌다. 늦게나마 정정이 이뤄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망진단서 문제로 고인이 돌아가신지 6개월이 지나서도 사망신고를 하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조금이 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2. 이제 너무나도 명백한 사망원인을 왜 병사로 기재하게 되었는지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백선하 교수와 서창석 병원장은 유족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응분의 처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의사로서의 자격이 없으며, 마땅히 의료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사망원인의 조작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서창석 병원장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의 사적 만남과 백남기 농민 상황에 대한 청와대 보고 등 상식 밖에 일과 연관관계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밝혀야 한다.
그럴 때에만 병원이기를 거부하고 인간으로서 갖출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채 철저히 권력의 하수인의 역할을 자임했던 서울대병원의 오욕을 다소나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3.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 당국의 당시 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당시 현장 지휘관들은 물론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임기를 마쳐 유족에게 피눈물을, 국민에게 분노를 안겨준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4. 길고 길었던 진상규명 투쟁을 승리의 길로 이끈 것은 이 땅의 민주화와 농업을 위한 고인의 고귀한 삶과, 유족 분들의 강인한 의지와, 고단한 생업 속에서도 경찰의 침탈을 막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오신 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 각종 후원물품을 보내주신 국민들, 백선하의 사인 조작에 맞선 의대 학생들과 의사분들, 민변 변호사 분들, 빈소를 방문해주신 각계 인사들, 그리고 정권의 언론 장악에도 불구하고 진실 보도를 위해 애써주신 기자와 PD분들, 그리고 그 모두가 떨쳐나섰던 촛불 항쟁의 힘, 국민의 힘이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다시금 고인과 유족, 모든 국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향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2017년 6월 15일
백남기투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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